로맨틱 코미디 ‘엑시덴탈 러브’
영화 ‘엑시덴탈 러브’에서 하워드(제이크 질런홀·왼쪽)와 앨리스(제시카 비엘)는 우연히 만났다가 충동적인 사랑에 빠진다. 워너비펀 제공
7일 개봉하는 ‘엑시덴탈 러브’는 골 때리는 영화다. 설정도 황당하고 전개도 당황스럽다. 개연성은 신경도 안 쓴다. 로맨틱 코미디라더니 막상 사랑은 극 흐름상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다. 그런데, 웃긴다.
사실 이 작품을 연출한 이가 데이비드 러셀 감독이란 걸 안다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파이터’(2010년)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2년) ‘아메리칸 허슬’(2014년) 등 그의 전작은 언제나 그랬다. 궁상맞고 지질한 캐릭터들이 어수룩한 몸 개그와 쫄깃한 말장난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엑시덴탈 러브’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번엔 훨씬 정치 풍자가 짙어졌다.
‘엑시덴탈 러브’의 약점은 여기에 있다. B급 ‘병맛’(병신 같은 맛·황당하고 어이없는 재미를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 코드로 정치 개그를 풀어놓은 건 좋은데 너무 가다 보니 공감대가 무너진다. 너도나도 권모술수를 써대니 결국 정의를 실현했는데도 통쾌하질 않다.
하지만 의미 부여에는 신경 쓰지 말고 아무 부담 없이 키득거리고 싶다면 이만 한 작품도 없다. 특히 그간 묵직한 연기를 선보였던 질런홀,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아내인 ‘할리우드 여신’ 비엘이 이토록 망가진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하나 더. 100% 이해할 수 있건 없건,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치인 ‘까는’ 재미는 언제나 참 야무지다. 15세 이상 관람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