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4600만원 든 ‘한강 수중보 철거 연구용역’
철거 논란이 일고 있는 한강 하류 신곡수중보에 대한 연구용역을 서울시가 내년 초까지 다시 하기로 하면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88년 설치된 신곡보는 수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염해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됐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신곡보 철거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 중 하나다.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이던 박 시장은 서울 강동구 암사동 생태습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보를 없애는 게 자연적인 강 흐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3년 7월 대한하천학회에 신곡보 철거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학회는 박창근 관동대 교수를 용역 책임자로 지정했다. 그 결과 보 철거를 전제로 종 다양성, 자연 하천성, 수질 개선 효과 등 주요 데이터가 지난해 12월 시에 처음 제출됐다.
하지만 당장 하천학회가 산출해낸 보 철거 시 편익 값(9.21)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속출했다. 서울시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 관계자조차 “과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수치”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이에 시는 하천학회에 수차례 연구 보완을 지시했다. 이후 하천학회는 올 4월 중순 최종 연구 데이터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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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선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으로 이 용역의 책임자인 박창근 교수(토목공학과)를 꼽는다. 이노근 의원(새누리당)은 “국내 대표적인 보 철거론자이면서 박원순 시장의 측근인 박 교수에게 객관적인 연구를 기대하는 건 애초에 무리였다”며 “결국 박 시장의 잘못된 선택이 터무니없는 연구 결과와 예산 낭비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애초에 ‘철거’ 결론에 맞춰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과학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편익 값이 산출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하천학회가) ‘보 철거 시 시민이 느끼는 만족감’ 등 주관적인 항목에 지나치게 높은 점수를 배점하는 바람에 기존 연구 틀로는 제대로 된 편익 값 산출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있지만 꼭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올해에만 총 311건, 1791억 원가량의 용역을 발주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