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자리가 너무 허전하다
누가 찾아올 것 같아
자꾸 밖을 내다본다
우편함에는
공과금 고지서 혼자 누워 있다
이런 날엔 전화벨도 없다
한 점 구름 없이
하늘마저 비어 있다
답답한 이런 날이 또 있으랴
마당 한 구석에 노란 민들레
반갑다고 연신 아는 체한다
그래그래 알았다
오늘은 완전 공일이다
공일(空日)은 휴일, 곧 쉬는 날이다. 전에는 일요일 하루가 공일이었지만 주 5일 근무가 대세인 요즘은 토요일도 공일이다. 젊은 사람들은 일주일에 이틀 공일도 짧게만 느껴질 것이다. 밀린 잠 벌충하랴, 데이트하랴, 혹은 가족에게 봉사하랴, 거기에 더해 정신과 체력을 충전하고자 바쁜 여가를 보내다 보면 시간이 후딱 갈 것이다. ‘인생은 무료하면 길고 충실하면 짧다’고 독일 시인 실러가 말했다지. 싱겁기도! 하나 마나 한 말인 만큼 맞는 말씀이다. 누구 입에서 처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싱겁지 않게 가슴을 치는 말이 떠오른다. ‘하루는 길고 일생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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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