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피해국에 사죄-보상 충분” 36%→57% 전쟁세대 줄고 신세대는 우경화… 日 자신감 상실-中 부상도 한몫
아사히신문이 전후 70주년을 맞은 올해 일본 전국 남녀 20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본 국민은 9년 전에 비해 더 크게 우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2006년에도 동일한 설문조사를 했다. 아베 총리는 2006년 9월부터 2007년 9월까지 1차 집권했고, 2012년 12월 다시 총리가 됐다.
2006년 조사에서 ‘일본이 피해국에 사죄와 보상을 충분히 했는지’를 물었을 때 36%가 ‘충분히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57%로 크게 늘었다. ‘일본의 전쟁 이유 규명 노력’에 대해 ‘충분히 했다’는 응답도 18%에서 23%로 늘었다.
올해 조사에서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 ‘침략 전쟁과 자위(自衛) 전쟁의 양면이 있다’는 응답이 4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침략 전쟁(30%), 자위 전쟁(6%) 순이었다. 이 비율은 2006년 조사 때와 비슷했다.
요시다 유타카(吉田裕) 히토쓰바시(一橋)대 교수는 18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후 냉전시기에 일본은 전후 처리 문제를 등한시하고 아시아 국가의 요구를 거의 무시했다”며 “냉전이 끝나고 (식민지배) 비판과 (보상 등) 요구가 분출돼 나올 때 일본은 전쟁 당사자가 아닌 세대가 다수가 됐다”고 지적했다. 설문조사에서도 전쟁을 경험한 응답자는 2006년 22%에서 올해 11%로 줄었다.
최고 지도자의 성향도 우경화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2006년 설문조사 때 지도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였다. 그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스승으로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 인사였지만 전후 60주년 담화에서 식민지배, 침략, 사죄 등을 모두 언급하며 이웃 국가를 배려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2013년 4월 국회에서 “침략에 대한 정의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하며 침략 사실조차 부정했다. 과거사 인식에 관한 한 아베 총리는 가장 ‘오른쪽’에 서 있는 것이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본 국민의 한국에 대한 사죄 피로증, 1990년 거품경제 붕괴 이후 자신감 상실,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위기의식도 우경화 경향을 띠게 만드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21일 시작된 야스쿠니신사 춘계 예대제(제사)에 맞춰 자신의 명의로 공물을 봉납했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외국의 비판 여론 등을 감안해 이번에 신사를 참배하지 않는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12월 신사를 참배했으며 춘계 및 추계 예대제 때는 참배하지 않고 공물을 보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