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중심 규제, 개인은 큰 영향 없어…애초에 불가능한 단속 볼멘소리도
한 파일공유 사이트에서 음란 동영상을 보고 있는 누리꾼.
성인 콘텐츠 규제를 두고 누리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일부 개정한 전기통신사업법이 4월 16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개정된 법의 골자는 P2P(개인 간 파일공유) 사이트의 음란물 유통을 방지하고 청소년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유해 정보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법 조항에 명시된 일부 표현 때문에 정확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 한다. “앞으로 ‘야동’은 찾기 힘들 테니 미리 다운로드해야 한다”는 소문도 떠돈다. 일부 누리꾼은 개정된 법을 ‘딸통법’이라 부르며 “국가가 개인의 정상적인 성생활까지 통제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과연 이 법의 실체는 무엇일까.
개정법의 자세한 내용은 이렇다. 웹하드 및 P2P 사업자가 음란물 인식(업로드)을 방지하고, 음란물 정보의 검색 및 송·수신을 제한하며, 음란물 전송자에게 음란물 유통 금지를 요청하는 경고문구 발송을 위해 기술적 조치를 하고, 운영관리 기록을 2년 이상 보관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는 규정도 추가됐다.
아동·청소년 출연 음란물은 주의
하지만 이런 우려는 사실이 아니다. 방통위에 따르면 개정법에 해당하는 대상은 개인 수요자가 아니며 웹하드 및 P2P 사업자, 그중에서도 미래창조과학부에 등록된 67개 ‘특수유형의 부가통신등록사업자’다. 프루나, 온디스크, 티디스크 등 유명 대형 웹하드가 포함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음란물 유통을 줄이고자 국내 사업자 책임을 강화한 것”이라며 “개인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인터넷을 통해 유포하는 것은 이번 개정법의 단속 대상이 아니다. 다만 개인이 일반인의 음란물을 유포하거나 상업적 목적으로 대량의 음란물을 올리면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정말 주의해야 할 것은 정작 따로 있다.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소위 ‘아청법’ 11조는 아동·청소년을 이용하는 음란물의 제작 및 배포에 대해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둔다.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하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은 소지하기만 해도 처벌될 수 있는 무서운 법이다. 다운로드해놓고 시청하지 않아도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에도 맹점이 있다. 먼저 콘텐츠 등장인물의 연령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것. ‘아청법’은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을 금지하고 있는데 성인임에도 어려 보이거나, 성인인지 청소년인지 구별하기 애매한 경우 처벌이 어렵다.
어쨌거나 ‘야동’을 자주 다운받는 누리꾼에겐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유상대 YK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아청법’ 실시 이후 음란물 상담 문의가 늘었다”며 “아동·청소년 출연이 의심되거나 제목만 보고 내용을 알 수 없는 동영상은 저장하지 마라. 아동·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이면 당장 삭제하라. 추후 구속되면 콘텐츠 확인 후 얼마 만에 삭제했느냐가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음란물 규제 강화” vs “실효성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음란물 게시’를 이유로 3월 25일 접속을 차단한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
레진코믹스의 일부 이용자는 “어느 콘텐츠가 그렇게 유해하고 비윤리적이냐”며 접속 차단 조처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기자는 방통심의위 관계자에게 음란물로 판단된 콘텐츠에 대해 문의했지만, 관계자는 “작품명은 밝힐 수 없으며 문제가 된 장면도 설명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나라와 다른 성 문화를 가진 해외 콘텐츠들의 문제점이 몇 가지 나왔고 지금도 유해한 콘텐츠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자세한 대답을 피했다.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