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베니’의 작가 구경선씨 책, ‘그래도 괜찮은 하루’ 4월도서 선정 두살때 청각 잃고 최근엔 시력까지… 그녀의 분신 같은 캐릭터 ‘베니’ 선글라스 쓰고 나와 안타까움 더해… “그래도 우리의 삶은 소중합니다”
구경선 작가가 ‘기적의 책 캠페인’을 응원하며 그려 온 그림. 귀가 큰 토끼 ‘베니’가 구 작가의 책 제목 ‘그래도 괜찮은 하루’와 ‘기적의 BOOK’을 쓰고 있다. 구경선 작가 제공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기적의 책 판매대에서 만난 구경선 작가. 구 작가는 자신의 책 ‘그래도 괜찮은 하루’가 기적의 책에 선정되자 “제 책이 남을 돕는 일에 사용되니 무척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그럼에도 그는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를 대신해 큰 귀를 가진 토끼 베니가 그의 분신이 됐다. 그림 에세이 ‘그래도 괜찮은 하루’(예담)엔 베니가 등장해 그의 인생 역정을 들려준다. 그러면서 작업실 갖기, 엄마에게 미역국 끓여 드리기 등 꿈을 이룬 버킷리스트를 이야기한다.
지난달 31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그를 만났다. 그림 속 베니와 꼭 닮았다. 기자가 노트북에 질문을 적어 보이면 그가 소리 내 답했다. 그는 “집에 불이 났을 때 물 한 동이만 날라주어도 정말 고마운 일이죠. 책 한 권이 물 한 동이라고 생각하시고 ‘기적의 책’ 한 권만 사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장애 어린이를 위한 재활병원이 꼭 필요한가.
“병원에 가면 소리를 들을 수 없어 간호사에게 제 순서에 꼭 알려 달라고 부탁해요. 그런데 간호사도 워낙 바쁘니까 따로 알려주지 않아 오래 기다린 적이 많았어요. 장애 어린이를 위한 병원이 생기면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병을 고칠 수 있겠죠.”
―독자가 베니에게 공감하는 이유는….
―요즘 어떤 작업 중인가.
“베니 그림에 색칠하는 컬러링북을 작업하고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게요.”
―책에서 베니가 선글라스에 지팡이를 짚는 걸로 나온다. 청각과 시각 장애를 앓는데 늘 즐거울 수만 있나.
“괜찮은데, 가끔 우울해져 그냥 눈물이 뚝뚝 나올 때도 있죠. 일부러 아무것도 안 하기도 하고, 밖에 나가서 맛있는 것 먹고 쇼핑도 하죠. 감정의 굴곡이 있는 건 저도 똑같아요. 호호.”
“내년이면 엄마가 환갑인데 집을 꼭 사드리고 싶어요. 작업실에서 보면 어머니에게 사주고 싶은 아파트가 보여요.”
인터뷰를 마친 그는 독자를 위해 책에 서명을 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삶도 참 소중합니다’라고 적었다.
“자신이 소중하단 걸 꼭 알았으면 해요. 저도 그걸 알기 전까지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 채 절망 속에서 좌절한 채 살았거든요.”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