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대학을 바꾸다]
염재호 총장
그는 “21세기는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인 시대가 아니다. 이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없어진다”며 “한자리에서만 낚시를 하는 게 아니라 자리를 옮기며 낚시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개척정신을 심어주고 싶다는 얘기였다.
염 총장은 1년에 3학기를 하는 ‘유연학기제’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그는 “1년 3학기제를 도입하면 학생들은 필요에 따라 자기 발전 계획을 세울 수 있고 교수들은 2개 학기를 강의하고 남은 학기는 긴 시간이 필요한 연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년 2학기제에 비해 훨씬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대학 강의에 대해서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대표적인 것이 ‘3무(無) 정책’. 출석부, 상대평가, 시험감독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염 총장은 “우리나라는 초중고교생을 다루듯 대학생을 관리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학생이 학문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라 성적을 잘 받기 위해 과목을 선택하는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화 계획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염 총장은 “2004년 35명으로 시작한 국제하계대학이 작년에는 1612명으로 늘어 세계 각국 학생들이 여름이면 고려대를 찾아와 수업을 받는다”며 “국제겨울학기 등 새로운 시도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 총장은 각종 장학금 혜택과 한국어 프로그램 등으로 2020년까지는 외국인 학생이 전체의 20∼30%가 되도록 적극적인 유학생 유치 전략을 펼 계획이다.
대학 입시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염 총장은 “앞으로 입학처를 ‘인재발굴처’로 바꿀 계획이다. 단지 이름을 바꾸는 게 아니라 입시 체제를 전향적으로 바꿀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입시가 지원하는 학생들을 수동적으로 뽑는 체제였다면 앞으로는 국내외 곳곳에 숨어있는 인재들을 찾아다니는 능동적 선발을 하겠다는 것. 그는 “교수들이 스스로 길러낼 ‘자식’들을 뽑아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 농어촌 거주민, 북한이탈주민, 국가유공자 자녀 등을 인재로 키울 수 있도록 특별입학전형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려대는 올해 개교 110주년을 맞는다. 염 총장은 “올해 ‘제2의 창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시에 제3캠퍼스를 조성해 약대를 이전하고 전문대학원, 사이언스파크, 초중고 국제학교, 전문클리닉 등을 신설한다는 것. 첨단복합의료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국제적 첨단 의료 연구를 주도한다는 복안이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