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노력이 ‘약쟁이’로 치부되는 게 억울하지 않냐, 재기 또한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시는데, 제가 평생 감당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수영의 영웅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당당한 ‘마린보이’의 모습은 없었다. 목이 멘 그는 “수영장 밖 세상에는 무지했다”며 자책했다.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자격정지를 받은 박태환(26)이 도핑 파동 이후 처음으로 공개 사과했다. 박태환은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게 된 배경과 그간의 고통을 털어놨다.
박태환은 “국제수영연맹 청문회는 올림픽 무대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살면서 가장 긴장되고 힘든 시간이었다”며 “도핑 사실을 알게 된 뒤 몇 개월은 매일 매일이 지옥이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후회하고 자책했다”고 말했다. 또 “수영 하나만 알고 수영 하나로 사랑을 받은 내가 수영을 할 수 없게 됐다. 내가 얼마나 부족한 선수인지 인간적으로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그럼에도 얼마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는지 생각했다”며 “지난 10년간 나 혼자 만의 능력이 아닌 국민 여러분의 성원으로 여기까지 왔다.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한결 같이 믿어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거듭 사죄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출전 등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는 “수영을 못한다는 것이 인생을 잃는 것과 같지만 국민들에게 빚을 진만큼 사죄하고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게 우선”이라며 “징계가 끝난 후에도 반성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올림픽에 가능성을 열어 뒀지만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올림픽이 목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