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개봉 ‘화이트 갓’
영화 ‘화이트 갓’에서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을 배경으로 개들이 부다페스트 거리를 뛰어다니는 모습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컴퓨터그래픽(CG) 효과 없이 만든 가장 위대한 개 영화”라는 영국 신문 ‘더 타임스’의 평처럼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헝가리 영화 ‘화이트 갓’은 위대한진 몰라도 확실히 개 영화다. 주인공 하겐을 비롯해 온통 개 천지다. CG도 사용 안 하고 이 많은 개를 카메라에 담았다니. 일단 애견인들은 필히 보시라.
잠깐. 권하긴 했으나 막상 보고 나면 짱돌을 던질지 모르겠다. 하겐이 겪는 고통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탓이다. 말 못하는 짐승이란 이유로, 인간의 잣대로 가른 잡종이란 이유로 개들을 얼마나 함부로 대하는지 영화는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특히 불법 투견장에 팔려가 동족과 피를 보며 싸워야 하는 하겐의 처연함은 정면으로 응시하기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화이트 갓’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영화다. 제목(‘White God’) 자체가 그렇다. 과거 백인들이 유색인종을 차별하며 신처럼 굴었던 것처럼, 어쩌면 우린 인간이란 우월성에 사로잡혀 세상을 망가뜨리고 있는 건 아닐까. 아름다운 부다페스트 거리가 개들의 공격으로 텅 비어버릴 때, 인간이 세운 문명이란 게 과연 다른 생물들이 보기에도 위대할지 자문하게 된다. 지난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 수상작. 15세 이상 관람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