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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중동진출 시즌2’ 中企-중견기업 활약 기대

입력 | 2015-03-24 03:00:00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지난해 모 케이블채널에서 종합무역상사를 배경으로 ‘상사맨’들의 애환을 사실감 있게 그려낸 드라마 ‘미생’이 방영돼 높은 인기를 누렸다. 원작 웹툰을 그린 윤태호 작가는 ‘미생 시즌2’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주인공 장그래가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드라마가 마무리된 터라 ‘시즌2’에서는 중소 수출기업의 활약상이 주된 스토리가 아닐까 하는 예상을 해 본다.

우연의 일치일까. 해외건설 진출 50주년이 되는 올해 우리 중소·중견기업들이 ‘제2의 중동건설 붐’의 주연배우로 떠오르고 있다. 1970년대 중반 이후의 1차 중동 붐 주역은 대기업이었던 상황과 대비된다.

과거 오일쇼크로 극한의 위기를 넘기던 그 시절, 중동의 오일달러는 우리 경제의 ‘생명줄’이었다. 달러를 벌기 위해 처자식을 뒤로하고 열사의 땅으로 떠난 억척스러운 가장들의 행렬은 불과 얼마 전 우리의 이야기였다.

오일쇼크로 휘청대던 경제를 소생시킨 중동 붐은 절박함으로 해외시장을 노크했던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합심해 만든 ‘기적’이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일은 언제나 힘들고 두렵지만 ‘테헤란로’로 대표되는 오늘날 우리의 경제적 번영은 과거 우리가 무릅썼던 고생과 위험 덕분이 아닐까.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과 세일즈 외교를 계기로 일고 있는 ‘제2의 중동 붐’은 과거에서 한발 더 나간 모습이라 더욱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1970년대 중동 붐이 우리 기업들의 근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건설에 치우친 것이었다면 이번 제2 중동 붐은 한국의 기술적 강점을 바탕으로 한 정보통신, 금융, 헬스케어 등으로 다양화됐다.

특히 몇몇 대기업이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기술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들이 활발한 세일즈 활동을 펼친 점이 특징이다. 페르시안 양탄자의 원조인 중동에 양탄자를 수출해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중소기업이 있는가 하면 아라비아 전통 문양을 새긴 도배지로 중동에 우리의 도배문화를 알리고 있는 중소기업도 있다.

중동을 향한 중소·중견기업들의 도전에 ‘무역보험’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중동 지역에 진출한 중소·중견기업에 지원된 무역보험은 1조28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5%나 증가했고 이번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얻은 결실도 풍성했다.

특히 무역보험공사는 이번 대통령 중동 순방을 계기로 쿠웨이트 발주시장의 ‘큰손’인 국영 석유공사와 우리 기업의 현지 프로젝트 진출에 20억 달러 규모의 무역보험을 제공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슬람 금융의 허브인 ‘이슬람수출신용투자보험공사(ICIEC)’와의 수출금융 공동지원 협약을 이끌어내 41개 이슬람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에 원활한 수출금융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대기업에 이어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열정이 중동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