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말러
저는 합창부가 유명한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강당에서 우렁찬 합창으로 부르던 노래를 때로는 합창부 친구들 네 명이 교실에서 중창으로 불렀습니다. 한 파트를 여러 명이 부르던 노래를 파트마다 한 명이 부르니 웅장한 맛은 덜했지만 깔끔하니 나름의 색다른 묘미가 느껴졌습니다. 이런 것을 ‘소노리티(sonority)가 다르다’고 표현합니다. 우리말로 ‘울림’이라고 할까요. 소리의 크기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독일에서는 ‘하모니무지크(Harmoniemusik)’라는 연주 형식이 유행했습니다. 대체로 오중주 정도의 목관앙상블로 연주하는 실내악을 뜻합니다. 처음에는 하모니무지크를 위한 새 음악들을 창작했고, 점차 교향곡과 같이 편성이 큰 음악을 하모니무지크용으로 편곡해서 듣는 것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오디오가 없던 시절에 귀족이나 부호가 거실에서 교향곡을 듣는 색다른 경험도 멋졌지만, 대곡을 큰 편성으로 듣는 것과 달리 각 파트를 명료하게 듣는 것도 웅장함 못지않은 매력으로 느껴졌던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독일의 ‘MDG’처럼 하모니무지크로 연주되던 레퍼토리를 전문으로 발굴하는 음반사도 생겼습니다.
하모니무지크와는 다른 일이지만, 오늘날 전 세계 콘서트홀을 장악하고 있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도 실내악단용으로 편성을 줄여 잘 연주됩니다. 그 계기는 아놀드 쇤베르크가 편곡한 말러의 ‘대지의 노래’였습니다. 말러는 이전의 작곡가들에 비해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사용했지만, 그 울림은 비교적 실내악적으로 ‘깔끔’한 편이었습니다. 쇤베르크는 이 점에 착안해 더 간소하게 울리는 말러를 선보였고 이것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것입니다. 이후 다른 음악가들도 쇤베르크의 방법과 비슷하게 말러의 교향곡들을 간소한 편성으로 편곡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