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맞나?” 상대 투수도 놀라
피츠버그 특유의 ‘졸탄 세리머니’ 강정호가 홈런을 때린 뒤 양쪽 엄지손가락을 맞대 ‘Z’를 만들며 ‘졸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Mark Madden 트위터 제공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처음 시범경기에 나선 강정호(28)의 표정은 밝았다. 강정호는 4일 미국 플로리다 주 더니든에서 열린 토론토와의 방문 시범경기에서 6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5-0으로 앞선 3회초 2사 후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130m짜리 솔로 아치를 그렸다. 지난해 밀워키에서 7승 6패,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했던 상대 투수 마르코 에스트라다는 강정호에게 홈런을 허용한 뒤 “실투를 놓치지 않는 걸 보니 대단하다. 그 선수가 메이저리그 첫해라는 게 사실이냐”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강정호는 홈런을 친 뒤 두 엄지손가락을 위 아래로 연결해 알파벳 ‘Z’자 모양을 만드는 ‘졸탄(Zoltan·영화 캐릭터)’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2012년 피츠버그 선수들이 단체로 관람한 영화를 통해 결속력을 다질 의도로 시작된 이 세리머니는 2루타 이상의 장타를 친 선수들이 ‘Z’ 사인을 보내는 것으로 ‘해적선’의 전통이 됐다. “동료 그레고리 폴랑코에게 배웠다”고 설명한 강정호는 어느새 생존의 중요한 열쇠인 팀 분위기에 녹아드는 법을 터득한 듯 보였다. 8-4로 앞선 6회말 수비 때 교체된 강정호는 이날 2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의 성적을 남겼다. 피츠버그가 8-7로 이겼다.
피츠버그 클린트 허들 감독은 “강정호가 이곳에서도 똑같은 타자가 되기를 원한다. 유격수로서도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중계를 맡은 MLB 네트워크의 캐스터와 해설자는 “파워배팅을 지켜보는 것은 아주 재밌다. 웰컴 투 빅리그”라고 전했다. MLB.com은 “강정호가 힘을 보여주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며 보도했다.
강정호는 홈런 공을 기념으로 받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연습경기이니만큼 시즌에 들어가서 치면 받겠다”며 웃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로 들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