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선규. 스포츠동아DB
LG 김선규(29)는 말을 최대한 아끼는 모습이었다. “야구를 잘 하고 얘기가 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LG 양상문 감독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1인 중 자주 거론되는 투수가 김선규지만 “지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시즌 때 잘 해야 한다”고 입을 닫았다.
양 감독은 김선규를 불펜의 키플레이어로 꼽는다. 사이드암스로인 그가 불펜에서 역할을 한다면 우완 이동현과 정찬헌, 좌완 신재웅과 봉중근에 이어 불펜의 마지막 퍼즐이 완벽하게 맞춰진다. 양 감독도 “김선규, 신승현 중 한 명만 올라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선규는 2010년 SK에서 트레이드된 이후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도 “2011년부터 계속 하락세여서 할 말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올해 한국나이로 서른이 되는 순간 그는 다짐을 했다. 12월 31일 12시 이후로 담배, 술 등 야구에 방해되는 것과 모두 이별했다. “나부터 바뀌어야한다”는 강한 신념 때문이었다.
김선규도 “생각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지나친 생각이 오히려 발목을 잡으면서 점점 투구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갔다. 그는 “마무리훈련부터 모든 걸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었다”며 “(이)동현이 형에게 배워서 공을 잡는 법부터 바꿨다. 투구폼도 수정해서 몸에 익히고 있다”고 했다. 실제 그는 투구시 팔을 좀 내리면서 공끝과 움직임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공을 본 일본 심판들은 “치기 어려운 공이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러나 김선규는 또 한 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지금도 배운 걸 몸에 습득해 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캠프 때 성적은 의미가 없다. 시즌 때 잘해야 한다. 난 아직도 멀었다”고 자신을 최대한 낮췄다. 그의 목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였다. 그는 몇 번이고 “지금은 의미 없다. 시즌 때 잘 해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오키나와|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