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연말정산 악몽’ 현실로
최 부장의 지난해 연봉은 8000만 원으로 배우자와 자녀 한 명에 대해 부양공제를 받았다. 지출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결정세액은 전년보다 50만 원이 올랐다. 그는 “지난해에는 120만 원 정도 돌려받았는데 올해는 오히려 40만 원을 더 내야 한다”며 “‘13월의 보너스’가 그립다”고 말했다
○ 근로자들 엇갈린 희비
광고 로드중
정보통신 업체에 다니는 송모 과장(34)은 지난해 46만 원을 돌려받았는데 올해는 환급금이 94만 원으로 늘었다. 그는 “지난해 결혼을 준비하면서 체크카드 사용과 현금영수증 처리가 많았는데 그 덕에 환급금이 많아진 것 같다”며 “동료들 중에서 환급금이 줄어든 사람이 많다. 많이 돌려받았다고 하면 괜히 욕먹을까 봐 잠자코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말정산 결과가 개인마다 큰 편차를 보이는 데 대해 “기업들마다 원천징수액의 차이가 있고 공제항목이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연봉을 받아도 회사가 매월 적게 세금을 징수해 적게 돌려주느냐, 아니면 많이 거둬서 나중에 많이 돌려주느냐에 따라 환급금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
특히 2013년 세법개정으로 소득공제 방식이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면서 소득 상위 10%에 드는 연봉 7000만 원 초과 근로자의 세금 부담이 늘게 됐다. 이들 160만 명은 평균 81만 원을 더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연말정산이 ‘13월의 세금폭탄’이 되는 것을 피하려면 연초부터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절세 금융상품 가입이 대표적이다. 가입 제한이 없는 연금저축의 경우 납입금액의 12%(48만 원 한도)까지 세액공제가 된다. 연봉 5000만 원 이하 근로자라면 납입금액의 40%까지(240만 원 한도) 소득공제되는 소득공제장기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광고 로드중
○ 월세 세액공제는 ‘그림의 떡’
서울의 한 원룸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31)는 지난달 연말정산을 앞두고 집주인과 실랑이를 벌였다. 김 씨가 월세 세액공제를 받으면 그만큼 월세를 올리겠다고 집주인이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김 씨는 집주인과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을 우려해 세액공제를 포기했다.
올해부터 월세 세액공제(지급액의 10%)가 대폭 확대됐지만 실제로는 챙겨 받지 못한 세입자가 많다. 월세소득이 노출될 것을 꺼리는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일부 집주인은 월세 계약 과정에서 세액공제를 받지 않는다는 특약을 요구하거나 전입신고를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며 “월세 세액공제 때문에 집주인과 세입자가 다투다 계약이 무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월세 세액공제는 집주인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주민등록등본, 월세 임대차계약서와 월세납입증명(계좌이체 확인서 등)만으로 신청할 수 있다. 집주인과 세액공제를 받지 않는다는 특약을 맺었다고 해도 법적인 효력은 없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김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