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이완구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인사혁신추진위원회 설치에 관한 안건을 의결했다. 정부 인사혁신을 위한 장기전략 수립, 인사혁신 추진을 위한 범정부적 협력에 관한 사항 등을 협의하는 기구에 위원장 2명을 포함해 15∼20명의 정부 및 민간위원을 두겠다는 구상이다. 총리 산하의 인사혁신처에서 안건을 올렸고 추진위 자체도 총리 산하 기구이니 이 총리의 첫 작품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에는 인사 관련 기구가 청와대의 인사위원회와 인사수석비서관실, 총리 산하의 인사혁신처까지 3개 존재한다. 대통령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는 청와대 인사위원회는 정부 출범 때부터 있었지만 인사혁신처는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사회 개혁을 주도하는 엔진’ 역할을 맡아 안전행정부의 인사 관련 조직을 떼어내 작년 11월 발족했다. 청와대 인사수석실 역시 세월호 참사 이후 안대희, 문창극 총리 후보자 낙마가 이어지자 “인사시스템 전반을 개선해 공직 후보자 인재풀을 만들고 검증자료를 평소에 관리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다짐에 따라 작년에 설치됐다.
이렇듯 이중 삼중의 인사 관련 기구가 있고, 더구나 인사혁신처가 출범한 지 채 100일도 안 되는데 구태여 이름도 비슷한 옥상옥(屋上屋) 위원회를 또 만들 필요가 있는가. 유사 기관들 간의 역할 분장이 명확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차라리 기존의 인사 관련 조직들을 보완하거나 각자 제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청와대가 장관들에게 인사의 자율성만 부여해도 공직사회에 새 바람이 불고, 유능한 공무원들이 혁신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도 ‘위원회’부터 만들겠다며 “장차관에 대해 연 2회 평가를 실시해 미진한 경우 국무위원 해임건의권을 행사하겠다”고 강조한 이 총리는 일의 우선순위를 잘못 판단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