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사태 당시 중립 태도 지켜… 내부 신망도 높아 통합에 적임”
이로써 조 행장 내정자는 향후 2년의 임기 동안 신한은행을 이끌게 됐다. 또한 2년 뒤 임기가 끝나는 한 회장의 뒤를 이을 강력한 후보로 부각됐다. 서 행장이 건강을 회복한 뒤 지주 부회장 등으로 복귀할 경우 서 행장과 경쟁 구도를 만들 수도 있다.
조 내정자는 이날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신한지주 이사회 멤버들과 상견례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서 행장 와병 중에 막중한 임무를 맡게 돼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저금리 기조하에 수익성 강화와 은행 경쟁력 강화가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한사태 봉합 문제와 관련해서는 “신한사태에 대해서는 한동우 회장님과 서진원 행장이 잘 해왔다고 생각하며 나도 조직 화합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신한은행 내에서는 서 행장의 무난한 연임이 점쳐져 왔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가 변수였다. 1월 2일 입원한 서 행장은 백혈병(혈액암) 진단을 받아 복귀가 어려워졌다. “아픈 사람을 두고 후계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며 서 행장에 대해 끝까지 믿음을 표시한 한 회장도 새로운 행장 찾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한 회장은 결국 설 연휴 기간 장고(長考)를 마치고 ‘조용병 카드’를 집어 들었다.
이 같은 결정에는 2010년 ‘신한사태’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2010년 라응찬 전 회장,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행장 등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 전원 물러난 신한사태의 후유증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과 금융감독원 추가 징계를 앞두고 있으며, 검찰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회장이 신한사태를 무난하게 마무리하고 내부를 통합할 인물로 조 내정자를 낙점했다는 분석이 많다. 신한금융에 큰 영향력을 지닌 재일교포 주주들도 신한사태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인물을 원했다는 후문이다. 조 내정자는 신한사태 당시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태도를 지켜 후보들 중 신한사태와 관련해 가장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신한금융은 3월에 별도의 자경위를 열어 공석이 된 BNP파리바자산운용과 임기가 만료된 신한금융투자, 신한캐피탈의 최고경영자(CEO)를 결정할 예정이다. 주요 행장 후보들이었던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은 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두 사장은 2013년 5월 사장직에 선임됐으며 올해 8월 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