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싱어송라이터 코린 베일리 래. 사진 출처 코린 베일리 래 페이스북
Corinne Bailey Rae ‘I'd Do It All Again’(2010년)
설은 민족 최대의 (무기력감을 주는) 명절이다. 뉴스의 둘째 꼭지는 대개 쓸쓸한 죽음을 맞은 노인과 가족의 안타까운 이야기로 어둡게 장식된다.
그들은 죽은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D는 생각했다.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빌 케이지 소령처럼 완벽한 하루, 또는 1년을 맞을 때까지 죽도록 삶을 반복하고 싶다는 열망의 불꽃에 그들이 잠깐 사로잡힌 거라고. 지하철에서 별 볼 일 없는 모바일 게임에 열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마 D는 리셋에 대해 생각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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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는 둘째 곡 ‘아이드 두 잇 올 어게인’을 남편과 심하게 다툰 날, 기타를 들고 주저앉아 휘갈겨 썼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존심보다 소중한 거지/고통보다도 더/그리고 슬픔을 모두 다 합친 것보다도 더….’ 지긋지긋한 다툼에 지쳐가면서도 이 사람 없는 삶을 상상할 수도 없는 지독한 감정으로.
라디오헤드의 ‘저스트’, 콜드플레이의 ‘더 사이언티스트’로 유명한 제이미 스레이브스 감독이 연출한 뮤직비디오는 ‘저스트’처럼 신비롭고, 공허하다. 영상은 래가 아침에 일어나 화장을 하고 재킷을 걸친 뒤 공원을 산책한 다음, 쇼핑을 하고 어두운 지하도를 건너 계단을 마주 내려오는 인파를 뚫고 다시 지상으로 나가는 시퀀스를 딱 세 차례 반복하고 끝난다.
셋 중 두 번째 것만 좀 길다. 외투를 벗어던지고 차도 위를 헤매다 어두운 골목에서 숨을 고르는 장면까지, 래는 여기서만 한 번 자각몽처럼 도달한다. 음악 역시 이때 한 번뿐인 절정을 지난다. ‘모두다 다시 할 거야/모두다 다시 할 거야/모두다 다시 할 거야….’ 래는 침대 위에서 거듭 깨어난다. 필름이 엉킨 영화 같다.
절정을 꿰뚫는 절창은 만약 똑같이 악몽 같은 삶이 되풀이된다고 해도 당신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다짐이다. 이 노래가 만들어지고 두 달 뒤, 래의 남편은 약물 과용으로 사망했다. 노래란 이름의 꿈만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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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