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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받으면 불임률이 높아진다는 과학적 근거를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스트레스는 불임 원인 중 한 가지로 꼽히지만 신경계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불임 예방 및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김영준 생명과학부 교수 팀은 인간의 스트레스 조절 호르몬과 같은 역할을 하는 초파리의 특정 신경전달물질이 임신 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20일 밝혔다. 초파리의 스트레스 호르몬은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와 유사하기 때문에 불임에 관련된 중요한 이론적 기반을 찾아낸 것이다.
연구팀은 사람의 스트레스 조절 호르몬인 ‘부신피질자극호르몬방출인자’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초파리의 신경전달물질 ‘Dh44’에 주목했다. 실험결과 이 물질이 초파리의 수정 과정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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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결과 Dh44가 없는 암컷 초파리는 정자 방출까지 걸리는 시간이 10분미만으로 짧았다. 다른 초파리들은 정자 저장 후 방출하기까지 대략 1~6시간이 걸렸다. Dh44가 정자 방출 행동을 조절함으로써 생식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호르몬과 유사한 물질이 생식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라며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의 신경 반응과 불임 등 생식 관련 질환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3대 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2월 20일자(한국시각)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