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략에 사활 거는 임효섭 보해양조 회장
임효섭 보해양조 회장이 지난해 4월 첫선을 보인 소주 ‘아홉시반’을 들고 있다. 장성=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정확한 수치를 공개할 순 없지만 목표의 70%는 달성했다고 봅니다.”
6일 전남 장성군 보해양조 공장 집무실에서 만난 임효섭 회장(64)은 아홉시반의 지난 10개월 실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주류업계는 아홉시반이 강남과 홍익대 인근 등 서울의 주요 상권에서 인지도를 상당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보해의 전국 주류시장 점유율은 5% 안팎으로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무학의 뒤를 잇고 있다.
보해는 전국구용 제품을 새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다른 업체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쟁사인 무학은 부산·경남서 인기인 ‘좋은데이’를 수도권으로 들고 왔다. 임 회장은 “진정한 전국구 업체가 되려면 제품도 전국 고객을 겨냥한 것으로 내놔야 한다는 게 회사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보해는 1990년대 말 전국 시장서 여러 차례 이슈를 일으킨 경험이 있다. 1996년 3월에 출시한 프리미엄 소주 ‘김삿갓’(꿀, 보리 주정 등 고급 원료로 맛, 향을 차별화)과 그 이듬해 내놓은 ‘곰바우’ 등을 통해서다. 그때 임 회장은 수도권 영업을 담당하는 임원이었다. 그는 “당시 시장 점유율이 10%를 웃돌았고 각지의 도매상들은 제품을 보내 달라고 아우성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보해는 한때 어려운 시절을 보내야 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큰 고비였다. 보해가 최대주주인 보해저축은행의 부실과 유동성 위기는 회사를 경영 위기로 몰아넣었다.
2013년 취임한 임 회장은 일단 경영 정상화에 온 힘을 쏟아야 했다. “책상 위에 모든 지출 내역을 올려놓고 줄일 수 있는 것을 죄다 표시했습니다. 그 덕분에 이제는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췄다고 자신할 수 있게 됐지요.” 실제 보해는 2013년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섰고 2014년 역시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 올해 목표를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수도권의 한 집 건너 한 집에서 아홉시반을 만나볼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올해 제 목표입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습니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훑어 나가야지요.”
장성=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