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증세는 국민 배신”] 국회서 발묶인 경제법안 거론하며… ‘非朴-친노’ 여야 지도부에 직격탄 “기업 투자의지 꺾는 증세는 모래성”… 국정주도권 회복 노린 승부수 던져
단호한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세수가 부족하니까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하면, 그것이 정치 쪽에서 국민에게 할 소리냐”며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전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신임 대표의 선출에 맞춰 정치권에 덕담을 건네는 듯 보였다. 하지만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 상황을 5분가량 설명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급기야 여야 지도부가 한목소리로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의 수정을 요구하는 데 대해 “정치권에서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소리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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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정치권과의 전면전 선포에 가깝다. 개헌에 이어 증세 없는 복지 논의도 싹을 잘랐다. 특히 전날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시작하겠다”는 문 대표에게 하루 만에 같은 무게의 ‘말 폭탄’을 돌려줬다. 여당은 비박(비박근혜)계가, 야당은 강성 친노(친노무현)계가 지도부를 장악하면서 ‘우군 없는 전선’이 형성되자 박 대통령이 직접 전투에 뛰어든 모양새다.
박 대통령의 발언 자체는 틀리지 않다. 당장 증세가 경기 회복에 독(毒)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을 수 있는 증세를 두고 “모래 위의 성” “링거 주사를 맞는 것과 같이 반짝하다 마는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복지 구조조정과 관련해선 6일 “복지는 미래를 위한 소중한 투자다. (무상) 보육도 투자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무상복지 체계가 지속가능하냐는 것이다. 더욱이 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려면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여당과의 소통이나 야당과의 협력 대신 정면 승부를 택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집권 3년 차 국정동력을 건 모험에 나섰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박 대통령의 정공법이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져 정국 주도권을 다시 쥘지, 아니면 정치권과의 갈등이 격화돼 오히려 국정동력을 깎아먹을지는 설 민심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