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 11일 내한공연 갖는 아카펠라 음악계 거장 바비 맥퍼린
미국의 보컬 거장 바비 맥퍼린은 “낼 수 있는 음역이 전성기 때나 다름없어 스스로도 놀라곤 한다”면서 “나이 드니 조용한 게 좋아지긴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장난기까지 버린 건 아니다”고 했다. LG아트센터 제공
하나의 목소리로 동시에 여러 음을 내는 오버톤(overtone·배음·倍音) 가창, 타악기를 포함한 각종 악기 소리 흉내 내기, 두세 옥타브 사이를 빠르고 정교하게 오가며 베이스와 멜로디를 병행해 부르거나 날렵하게 분산화음 내기…. 빤히 보고 있어도 그 소리가 한 사람의 성대에서 나온다고 믿기 어렵다.
맥퍼린의 연주를 앨범으로만 듣는 건 역동하는 오로라를 사진으로 보는 것과 비슷하다. 목소리를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릿의 피아노 건반처럼 쓰며 자유롭게 즉흥연주를 한다. 기상천외한 연주로 객석의 웃음보까지 강탈하는 건 재릿과 다른 점이다.
“위대한 바리톤이었던 아버지, 로버트 맥퍼린 시니어(1921∼2006)를 기리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는 ‘스피리추얼’ 이야기로 시작했다. 맥퍼린의 부친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최초의 흑인 가수였다. “아버지께서는 흑인 노예들이 일하고 기도하며 기뻐하고 투쟁할 때 부르던 영가로만 된 앨범을 녹음하셨어요. 그가 노래하는 모습이 아직 생생합니다.”
아버지의 영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겠다고 결심한 맥퍼린은 여러 해 고민한 끝에 블루스, 포크음악, 블루그래스를 도입했다. 이번에 그가 대동하는 6인조 밴드에는 백그라운드 보컬 매디슨 맥퍼린도 끼어 있다. 그의 딸이다. 3대의 영혼이 어우러질 무대다.
맥퍼린의 성공담은 전형적이지 않다. “가족이 모두 가수였으니 다른 길을 가고 싶었던” 그는 27세까지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다.
맥퍼린은 “그 일 이후 몇 년간 방에 틀어박혀 노래만 불렀다”고 했다. “악기, 동물, 사람의 억양, 자동차 소리…. 들리는 모든 것을 목소리로 똑같이 따라 하려 애썼어요. 여전히 그렇게 연습합니다.”
그가 들어본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뭘까. “사람의 목소리는 모두 다르면서 제각각 가장 아름답습니다.”
칙 코리아, 허비 핸콕, 요요마와 협연하고 뉴욕 필, 빈 필의 객원 지휘자로 활약했으며 10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가진 그는 여전히 ‘돈트 워리, 비 해피’(1988년)의 창작자 겸 가창자로 많이 기억된다.
“어느 날, 스튜디오에서 다른 곡을 녹음하다 막혔는데, 문득 휘파람 멜로디가 떠올랐어요. 매니저가 듣더니 ‘하던 걸 당장 중단하고 그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보자’더군요. 많은 사람이 좋아해줘서 기쁩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