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한중 교류의 기원/홍석표 지음/408쪽·2만7000원/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1933년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이육사(왼쪽)와 루쉰은 서로의 예술관과 세계관에 영향을 미쳤다. 이화여대출판부 제공
실제로 문학을 대하는 이육사의 태도는 루쉰의 그것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이육사는 자신의 책에서 “루쉰에 있어 예술은 정치의 노예가 아닐 뿐만 아니라 적어도 예술이 정치의 선구자”라고 적었다. 문학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고 한 두 사람의 예술관은 서로 뜻이 통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와 세계대전, 냉전을 거치면서 한동안 잊혀졌던 20세기 초반 한중 지식인들의 교류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비록 일본에 주권을 빼앗긴 상태였지만 수천 년에 걸쳐 이어져온 한중 양국의 지적 교류는 끈끈했다.
저자는 이육사가 1926년부터 1년간 다닌 중국 베이징의 ‘중국대학’ 캠퍼스를 현지에서 고증하는 등 현장감을 살렸다. 또 졸업생 인터뷰를 곁들여 이육사가 어떻게 중국 현대문학에 빠져들었는지도 다뤘다.
영화 ‘색, 계’로 유명한 중국 작가 장아이링(張愛玲·1920∼1995)이 조선 최고 무용수 최승희와 만난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