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매출 기준 43.2% 그쳐 개방 29년만에… 수입산 저가공세 탓
새해 첫날 국산 담뱃값 인상 이후 상대적으로 가격을 덜 올린 외국산에 밀려 국산 KT&G의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국산 담배가 외국산에 밀린 것은 필립모리스의 ‘말버러’가 외국산 담배로서 1986년 첫 판매를 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일 A편의점이 지난달(1월 1∼29일) 매출 기준으로 담배 제조사별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KT&G는 43.2%에 그쳤다. 이어 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 저팬토바코인터내셔널(JTI)이 각각 24.4%, 23.4%, 9.0%였다. 외국산 담배의 점유율을 합치면 총 56.8%로 KT&G보다 13.6%포인트 앞선다. 판매량 기준으로도 KT&G의 점유율 하락은 더욱 뚜렷하다. 지난달 판매수량 기준 KT&G의 점유율은 38.3%, 외국산은 61.7%였다. 필립모리스, BAT, JTI의 비중은 각각 21.1%, 29.8%, 10.8%였다.
업계는 이번 점유율 역전 현상에 대해 외국 업체의 ‘꼼수 가격 마케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BAT코리아는 1월 15일부터 ‘보그 시리즈’를 갑당 3500원에 내놨다. 기존 가격보다 1200원 오른 것이지만 국산 담배가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이나 뛴 것에 비해 인상 폭이 적었다. BAT코리아는 보그 가격을 이달 4일부터 다시 4300원으로 올려 판매할 예정이어서 싸게 팔아 인지도와 점유율을 높인 뒤 가격을 올려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필립모리스도 주력 제품인 ‘말버러’와 ‘팔리아멘트’ 값을 1월 1일 2700원에서 4700원으로 올렸다가 1월 19일부터는 4500원으로 낮춰 팔기 시작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1월에 팔린 담배 중 상당수는 지난해 나온 제품으로 지난해 기준 세금이 매겨진 것”이라며 “담뱃세 중 고정 세금 비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싼 담배가 많이 팔렸다고 해도 세수에는 크게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염희진 salthj@donga.com·김창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