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회고록 갈등’ 확전자제 지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핵심 측근을 통해 박근혜 정부 고위 당국자와 직접 접촉해 ‘확전 자제’의 뜻을 밝힘으로써 자신의 회고록과 관련해 현 정부와의 갈등이 증폭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현 정부의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하는 등 여권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전 대통령이 보수 정권의 자중지란을 촉발하는 듯한 모양새로 비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 한판 붙으려면 ‘정치 회고록’ 냈을 것
한 핵심 측근은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와 전쟁을 하려고 했다면 정치 회고록을 냈을 것”이라며 “현 정부에 부담을 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자제 모드로 가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했다. 다른 측근도 “뿌리가 같은 전·현 정부가 불필요하게 오해를 하고 서로 갈등을 하면 국민이 걱정스럽게 볼 것”이라며 “경기 침체로 국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모양새도 좋지 않고 여론이 자칫 양비론(兩非論)으로 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과거 권력이 ‘살아있는 권력’에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 문재인, 친노 지지층 결집용?
이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회고록 공개 나흘 만인 1일 뒤늦게 회고록 논란에 가담했다. 당 안팎에서는 친노(친노무현)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서 목소리를 낸다며 “이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 번 예방했던 자리에 함께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에게) 쇠고기 수입 개방을 하나의 카드로 활용해야지, 그걸 우리가 먼저 개방하면 안 된다고 상세히 설명했다”고 회동 분위기를 전했다.
고성호 sungho@donga.com·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