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톰 신드롬’ 일으킨 서배스천 승 프린스턴대 교수
뇌 신경세포의 연결망인 ‘커넥톰’을 완성하기 위해 ‘아이와이어’ 게임을 개발해 운영 중인 서배스천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그는 이르면 올해 말 해상도를 높인 ‘아이와이어 2’를 출시할 계획이다. 뉴저지=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 전 세계 16만5000여 명이 ‘연구원’
커넥톰은 뇌 신경세포(뉴런)의 연결망을 뜻하는 신조어다. 외부에서 자극을 받을 때 신경세포가 이웃 신경세포에 어떻게 신호를 전달하는지 그 연결망을 모두 그려 놓은 지도가 커넥톰이다. 항공사 취항지도에서 도시(신경세포)끼리 이어놓은 지도를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인간의 뇌에는 신경세포가 약 1000억 개나 된다. 이들의 연결망만 150조 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란성 쌍둥이도 유전자는 같지만 커넥톰은 다르다. 어떤 기억과 사고를 했는지에 따라 커넥톰은 계속 바뀐다. 승 교수는 “현재 커넥톰이 완성된 종은 예쁜꼬마선충뿐”이라면서 “예쁜꼬마선충의 신경세포 302개가 얽히고설켜 만들어낸 7000개 이상의 연결망을 모두 그리는 데 꼬박 2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승 교수는 지난해 5월 이를 토대로 망막이 움직이는 물체를 감지하는 이유가 시신경에 전달되는 신호의 시차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당시 논문에는 아이와이어를 이용한 게이머를 지칭하는 ‘아이와이어러(the EyeWirers)’가 저자로 포함됐다.
○ “20년 안에 ‘커넥톰’ 완성할 수도”
승 교수는 이르면 올해 말 ‘아이와이어 2’를 공개할 계획이다. 아이와이어 2는 기존 게임에서 제공되는 시신경 사진보다 해상도가 월등히 높은 사진을 제공한다.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도 선명하게 보인다. 그는 “고해상도 사진으로 교체하면 게이머들도 지금보다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커넥톰 완성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 뇌의 커넥톰은 언제쯤 완성될까. 그는 “뇌 과학이 ‘황의 법칙’(메모리반도체 용량이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것)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다면 20년 안에 인간 뇌의 커넥톰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커넥톰이 완성되면 자폐증이나 조현병(정신분열)처럼 뇌 구조로는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뇌 질환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간의 기억과 성격은 모두 커넥톰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서 “공상과학(SF) 소설처럼 들리지만 커넥톰의 연결 정보만 완벽히 안다면 내 기억과 성격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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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작년 ‘아이와이어’ 한글버전 출시… 한국 게이머 기록, 미국 이어 2위
글로벌 온라인게임의 대명사 ‘스타크래프트’로 검증된 한국인의 손과 눈이 아이와이어에서도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10월 아이와이어 한글버전(eyewire.olleh.com)을 출시하면서 게임 참가 이벤트를 여는 등 한국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호원 씨(46)는 KT 이벤트 기간에 국내 아이와이어 게임 참가자 중 최고점을 획득했다. 김 씨는 서배스천 승 교수와 만난 자리에서 “교수님의 대중강연에 큰 감명을 받고 뇌 과학 연구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아이와이어를 시작했다”면서 “평소 존경하는 분이라 직접 만나니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김 씨가 아이와이어를 즐긴 시간은 850시간에 이른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팀을 이뤄 참가한 박정현 씨(26)는 “게임 자체도 재미있지만 상대방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온라인게임과 달리 전 세계 이용자들과 채팅으로 힌트를 주고받으며 격려하고 소통하는 방식이 아이와이어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뉴저지=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