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일찍 배워 집안의 자랑거리가 된 딸이 결혼앨범을 갖고 놀다가 물었다. “엄마, 아빠 옆에 있는 사람 누구야?”
엄마가 고개를 내밀어 사진을 확인하고 대답했다. “엄마잖아.”
“내 엄마?” 딸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손가락으로 엄마를 가리켰다. “이 엄마?” 신부화장도 진했지만 심하다 싶을 정도의 사진 후보정 때문이기도 했다. 그때에는 ‘사진 잘 나왔다’며 좋아했는데 불과 몇 년 만에 이런 식으로 대가를 치르는 거였다.
광고 로드중
카메라는 기계이므로 매정하다. 있는 그대로를 화면에 담아줄 뿐이다. 그러니 아내의 분노는 남편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남편도 할 말이 있다. “자기가 이렇게 생겨놓고는… 나더러 어쩌라고?”
자기 사진에 대한 여자들의 불타는 집착은 엄마와 딸 사이라도 한 치 양보가 없을 정도다. 뮤지컬을 보러 간 모녀가 함께 셀카를 여러 장 찍어 각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는 잠시 후에 서로 태클을 건다. “왜 내 얼굴이 크게 나온 걸로 골랐느냐”고 따진다. 결국 엄마는 딸의 얼굴을, 딸은 엄마의 얼굴을 스마일 마크로 가리는 정도로 결론이 난다.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 여성 사진에서 원판 불변의 법칙이 사라진 지 오래다. 여성이 원하는 사진은 찍힌 그대로가 아니라 취향에 맞춰주는 사진이다. 실제보다 나아 보이는, ‘내가 아닌 나’로서의 자신을 마주하고 싶어 한다. 주름이나 잡티, 심지어 크기까지 줄인 얼굴을 사진에서는 구현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면서도 다른 여자의 사진에선 가장 먼저 성형수술과 ‘뽀샵’ 여부부터 확인하고 트집을 잡는다.
사진 뽀샵은 의외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기술이다. 러시아 풍자문학의 거장 미하일 조셴코의 단편집 ‘감상소설’을 보면, 1920년대 러시아에도 아날로그 방식의 뽀샵이 있었다. 사진의 얼굴 부분을 연필 터치로 미세하게 다듬어주자 여성들이 뜻밖의 행복에 즐거워하며 사진관으로 몰려든다는 내용이 나온다.
광고 로드중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