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동아DB
“(박)승리! 파닥파닥. 알겠지?”
한국인 어머니와 네덜란드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프로농구 SK 혼혈 선수 박승리(24·198cm)는 한때 문경은 감독에게 이 말을 수없이 들었다. 코트에서 활기차게 뛰라는 주문이다.
지난 시즌 한국 농구에 첫 선을 보인 박승리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코트에 멍하게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문 감독은 복잡한 주문을 하는 대신, ‘파닥 파닥’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새가 날개 짓 하듯 적극적으로 플레이 하라고 했다. 한국어가 서투른 박승리를 위해 통역을 통해 ‘파닥파닥’의 의미를 영어로 전달했다.
기량이 일취월장하면서 박승리는 자연스럽게 애런 헤인즈-박상오-최부경-김민수가 버티는 SK ‘빅 포워드’진의 든든한 백업 요원으로 성장했다. 주전 선수들이 다치거나 컨디션 난조를 겪을 때면 박승리가 공백을 메우고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박승리는 조직력을 강조하는 한국 농구에서 생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2013년 네덜란드 1부리그 리오와든 팀에서 주득점원으로 활약했던 박승리는 1대1 개인기 농구에 익숙했다. SK 관계자는 “처음 입단해 야간에 3대3, 4대4 훈련을 할 때는 개인플레이가 심해서 국내 선수들이 박승리와 한 팀이 되려고 하지 않았다”며 “스스로의 노력으로 점차 아기자기한 한국 농구에 적응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올 시즌 박승리는 선두 모비스와의 맞대결에서 상당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모비스와 맞붙은 4경기에서 평균 10득점, 5리바운드를 올렸다. 문 감독은 박승리를 모비스 주포인 문태영의 전담 수비수로 내세워 효과를 봤다.
본래 이름이 데이비드 마이클스인 박승리는 SK 팬들의 공모를 통해 승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팬들의 바람대로 박승리는 SK의 승리 공식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