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락 기자·사회부
중구는 대여소 개장(2014년 4월) 이전부터 대공원 관리를 맡고 있는 울산시에 “공원 모퉁이에 대여소를 설치하자”고 요청했다. 울산시는 “하천법 적용을 받는 태화강 대공원에는 자전거 대여소 등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결국 중구가 관리하는 노상 주차장에 설치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민들이 급경사 내리막길을 위험스럽게 지나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중구는 최근 대여소 이동 설치를 다시 요구했다. 울산시가 장소를 추천했지만 시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어서 이번에는 중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무원들이 ‘법의 잣대’만 들이댄 결과 시민 불편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또 있다. 울산 북구의 한 마을. 10가구 안팎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의 사각 퍼걸러(햇볕이나 비를 가릴 수 있는 휴게시설)는 노인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은 곳이다. 일종의 마을회관인 셈이다. 추운 날씨에도 노인들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 이곳에 모여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이야기를 나눈다.
울산시의 내년 예산(2조9171억 원) 가운데 복지 관련 예산은 6539억 원. 이 가운데 노인복지 관련 예산은 올해에 비해 331억 원(26%) 늘어난 1604억 원이다. 두 사례를 보면서 공무원들이 내세우는 ‘법적 근거’가 과연 시민 편의를 무시하면서까지 앞세워야 할 소중한 가치인지 의구심이 들어 씁쓸하다.
정재락 기자·사회부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