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던 북한이 남측에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24일 개성공단으로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이사를 불러 “남북관계 개선을 정말 바라고 있다”며 “금강산관광, 5·24조치,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서 소로(小路)를 대통로로 만들자”고 말했다. 북한은 김정일 3주기 조문에 감사하는 김정은의 친서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전했다.
북한이 대화 의사를 보인 것은 환영할 일이다. 최근 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해결을 위해 북한에 줄 게 있으면 주겠다”고 밝힌 데 대한 응답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김정은 집단은 남북 대화를 놓고 널뛰기라도 하듯 걸핏하면 입장을 바꿔 스스로 신뢰를 훼손했다. 북한이 대화로 노선을 바꿨다면 민간 접촉이 아니라 당국 간 접촉으로 그 답을 전하고 또한 대화에 응하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북한의 실세 3인방이 10월 인천 아시아경기 폐막식 참가 때 밝힌 고위급 회담 약속을 지키면 남북 대화는 당장이라도 재개될 수 있다.
북에서 먼저 이산가족 상봉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금강산관광 재개를 이끌어내려는 속셈일 수 있지만 고령인 이산가족의 형편을 고려하면 정부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남북은 올 2월 단 한 차례의 가족상봉 실현에 그쳤다. 북한은 뭘 얻고 싶을 때만 이산가족 상봉카드를 내밀지 말고 상봉 정례화로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