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 사회부 차장
‘멋지게 사과하는 방법 80가지’(다카이 노부오 지음)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 중 몇 가지 사과 방법이다. 죽 읽다 보면 ‘땅콩 회항’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조 부사장은 거의 모든 대목에서 이와 거꾸로 행동한 것이다.
조 전 부사장뿐 아니라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았던 올 한 해 사과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사회적 비판을 받은 인물이 많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최악의 성적을 거둔 홍명보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젊은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고 해 구설수에 올랐다. 리더의 책임 회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차라리 “내가 미숙했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대한 준비가 소홀했다. 좋은 선수들을 제대로 쓰지 못한 내 책임이다”라고 했으면…. 여론이 악화되자 홍 감독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리기사 폭행 시비에 휘말린 세월호 대책위원회 일부 간부들과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현 의원은 또 어땠나. 현장을 촬영한 폐쇄회로(CC)TV가 있음에도 간부들은 끝까지 ‘쌍방폭행’을 주장했고 김 의원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김 의원을 대신해 보름 뒤에야 당 차원에서 사과했다.
우리는 왜 이리 사과에 인색할까. 모든 사람이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항상 ‘나는 옳고 네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또 내가 잘못했어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건다. 신분이 올라갈수록 이런 자기 합리화는 더욱 강해진다. “내가 왜 머리를 조아려야 돼?” 조 전 부사장은 이러다 망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럼 어떻게 사과해야 하나. ‘쿨하게 사과하라’의 저자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선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사람은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상대가 미안하다고 느끼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사과의 핵심도 ‘미안하다(I am sorry)’가 아니라 ‘내가 틀렸다(I was wrong)’다. 본인의 잘못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또 나의 잘못을 산더미처럼 부풀려라. 자신의 실수가 ‘5’라면 사과는 그 두 배인 ‘10’만큼 해야 한다.”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스텝이 계속 꼬이는 이들을 보니 정말 안쓰럽기만 하다. 처음부터 ‘죄송합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잘못을 되돌리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될 것을….
김상수 사회부 차장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