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바라본 필리핀 한진중공업 수비크조선소 전경(위쪽). 기존 부산 영도조선소의 10배가 넘는 넓이로 2009년 문을 열었으며 현재 24척의 배를 동시에 건조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제공
조선소에서 가장 큰 6독에는 한 번에 600t을 들어올릴 수 있는 주황색 골리앗 크레인 2대가 나란히 서 있다. 이 독에서만 4척의 컨테이너선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었다. 축구장 9배 넓이(길이 550m, 폭 135m)인 이 독은 세계 최대 규모다. 조선소의 전체 넓이는 304만1322m²(약 92만 평)로 1만8000여 명의 현지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안진규 수비크조선소 사장(법인장)은 “부산 영도조선소(26만1000m²·약 7만9000평)에 있을 때는 꿈도 못 꿨을 작업 규모”라며 “최근 선박 대형화 추세에 맞는 작업환경 덕에 이곳에서 한진중공업이 부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수비크조선소가 단시간 내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저임금이다. 이곳 필리핀 노동자들의 월급은 30만 원 정도로 한국의 20분의 1 수준이다. 필리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다. 8년간 법인세 등 모든 세금을 면제받고 부지 전체를 월 임대료 1000만 원 정도에 쓸 수 있다. 또 한진중공업이 양성한 인력이 회사의 동의 없이는 5년간 이직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대통령령으로 선포해 기술과 인력 유출을 막아주기도 했다.
처음 수비크조선소가 지어질 때는 부산 영도조선소 노조와 지역사회가 반발했다. “영도의 일감이 수비크로 가버리면 결국 영도에는 구조조정이 닥칠 것”이라거나 “한진중공업이 부산을 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수비크조선소는 부산·경남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선박부품을 국내에서 조달하기 때문이다. 수비크조선소에서 만드는 배 가격의 70%는 자재비인데 그중 85%는 부산·경남지역에 있는 국내 업체에 돌아간다. 영도조선소는 군함, 탐사선,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선 등 특수선박 전용 공간으로 차별화하며 부가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거두는 데도 성공했다.
수비크=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