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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Beauty]자궁경부암 일으키는 HPV, 백신 접종으로 98%까지 예방

입력 | 2014-12-17 03:00:00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
인유두종바이러스 16·18… 자궁경부암의 대표적 원인
9∼14세라면 지금 접종해야




자궁경부암은 여성에게 발병하는 암 가운데 두 번째로 흔한 암이다. 세계적으로 2분에 1명씩, 국내에서는 매일 3명가량의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 자궁경부암은 대표적인 여성 암이다. 이 질환은 암으로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발병 원인을 미리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부 접촉으로 감염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대한부인종양학회에 따르면 HPV는 여성의 약 80%가 일생에 한 번은 걸릴 만큼 흔한 바이러스다. 발암성 바이러스 유형의 HPV에 감염되는 여성은 40% 정도다.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금까지 150여 종의 HPV가 알려졌고, 이 중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고위험군 바이러스는 15종으로 집계됐다. 특히 HPV16과 HPV18 두 가지는 자궁경부암 환자의 70%에게서 발견돼 자궁경부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백신을 접종하면 이 두 가지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HPV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 효과는 최대 98%.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자궁경부암을 비롯해 HPV로 유발되는 질환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는 국가의 접종률(1차 접종 완료 기준)을 보면 미국은 57%(13∼17세), 영국 75.4%(12∼20세), 호주(12∼17세)는 83%다.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으면 항문암 구강암 등 HPV 바이러스로 인한 암을 70%가량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작용 논란, 근거 없어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HPV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2013년 4분기의 백신 접종률이 2012년 같은 기간 대비 43%가량 줄었다. 지난해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받은 여성이 이상 증상을 일으켰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백신 접종률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2월 일본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자궁경부암 백신의 위험성이 제기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자궁경부암 백신에 포함된 알루미늄 솔트가 치매나 신경계 염증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알루미늄 솔트는 면역반응을 증가시키기 위해 첨가하는 성분이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일본 후생성은 백신과 접종 여성의 이상 반응은 서로 인과관계가 없다는 조사 결과를 지난해 이미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처도 HPV 백신은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성들의 불안심리 탓에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와 이탈리아는 같은 기간 백신 접종률이 10% 이상씩 증가했고, 미국과 독일도 근소하게나마 높아졌다. 특히 미국의 소아과학회(AAP)와 CDC, 예방접종 자문위원회(ACIP) 등은 11, 12세 소녀에게 HPV 백신 의무 접종을 권고하면서 백신 접종과 이상 증상은 관련이 없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했다면 올해 안에 마쳐야

전문가들은 지난해 접종을 시작했다면 빠른 시간 안에 마무리할 것을 권하고 있다. 성인의 경우 3회 접종을 완료해야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두 차례만 접종하면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1차 접종을 한 뒤로 시간이 다소 지났더라도 세 차례 접종을 모두 마쳐야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에 첫 번째 접종을 했다면 올해를 넘기기 전에 서둘러 3회 접종까지 마치는 것이 좋다.

소아의 경우에는 두 차례의 접종만으로도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임상결과가 최근 발표되고, 2회 접종 일정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이라면 접종을 서둘러 시작하는 것이 효과뿐 아니라 비용 면에서도 더 낫다.

의학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첫 성관계를 갖는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만큼 2회 접종만으로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는 9∼14세 여자아이를 둔 부모라면 서둘러 접종시킬 것을 권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3년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경험이 있는 여학생들의 평균 연령은 13세였다.

최근에는 백신 접종에 드는 비용이 많이 낮아졌다. 2007년 도입 당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을 한 번 맞는 데 드는 비용은 25만 원 안팎이었다. 3차 접종까지 마치려면 70만 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접종 기관과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백신 1회 접종 가격이 2007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자궁경부암은 백신을 접종하고 정기검진을 해마다 받는다면 95% 이상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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