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도시민구단들이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무엇보다 구단의 정체성에 걸맞은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축구계의 목소리다. 6일 창원축구센터에서 벌어진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경남FC를 따돌리고 내년 클래식(1부리그) 승격을 확정한 광주FC 선수단이 환호하고 있다. 경남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된 반면 광주는 3시즌 만에 클래식으로 복귀한다. 스포츠동아DB
■ 도·시민구단, 변해야 산다!… ‘축구=문화콘텐츠’ 공공재 기능 회복 중요
1. 비전을 살려라!
2. 인사가 만사다!
3. 경영 마인드를 갖춰라!
4. 구단-지자체-단체장 ‘삼위일체’가 필요하다!
한국프로축구는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를 계기로 일대 변화를 맞이했다. 프로축구단 창단 붐이 일었다. 대기업 등 든든한 모기업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시민공모주를 통해 탄생한 도시민구단들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 10년간 도시민구단의 수는 10개까지 늘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출발 탓인지 여전히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구단은 빚에 허덕이면서 선수단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경상남도가 경남FC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한 뒤 구단의 존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존폐의 기로에 선 도시민구단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에 스포츠동아는 도시민구단을 낱낱이 해부해보고, 해결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축구성적만으로 대기업 구단과의 경쟁 집착
단체장들 예산 쏟아붓고도 공감대 형성 실패
‘지역사회 통합’ 다양한 역할 모델 모색 필요
방향 설정 후 장기비전 수립·실천 노력해야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구단 운영에 있어서 제대로 된 목표를 설정하지 않아 방향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도시민구단들은 많은 예산을 확보하고도 축구에만 집중했다. 도시민구단이지만, 대기업이 후원하는 구단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데 집착했다. 도시민구단이 대기업을 뿌리로 하는 구단과의 경기에서 이기면 마치 큰 성과를 얻어내는 것처럼 여겼다. 그렇다보니 운영비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선수단에만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었다. 구단의 살림살이에도, 운영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경기 결과로 보상을 받으려고 했다. 그런 시간들이 지속되면서 도시민구단의 곳간은 점점 비어갔다.
● 공공재로서의 역할에 충실한가?
사실 도시민구단이 대기업이 직접 후원하는 구단과의 경쟁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예산 규모 자체에서도 차이가 큰 데다, 설사 돈을 제법 쓰더라도 대기업 구단과 같은 정도로 선수단을 구성하기는 쉽지 않다. 그들이 바라는 성적(우승)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도시민구단은 어떻게 팀을 운영해야 하는가’란 의문이 생긴다.
그 답을 얻기 위해선 창단 초기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도시민구단은 해당 도민 또는 시민들을 위한 문화 콘텐츠의 하나로 출발했다. 본연의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 또 축구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공공재’의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 지역사회를 위한 공헌활동을 많이 하면서 도민 또는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축구를 통해 지역사회를 통합하는 역할에도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자체장들이 구단에 매년 수십억 원의 운영비를 제공해도 주민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 물론 좋은 성적까지 거둔다면 금상첨화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구단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 안정적 운영을 위한 장기 비전 절실
구단 운영에 있어서 장기 비전을 세우고, 그에 맞춰 팀을 끌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종목을 불문하고 프로구단 운영에 있어서 항상 거론되는 항목이다. 프로스포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K리그 도시민구단들은 이 부분에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 @gtyong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