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원스’ 음향감독 굿윈 대머리배우 수염속에… 피아노뒤에… 관객눈 안띄게 무선마이크 70개 설치 출연자들 악기연주 생생하게 전달… 선술집에 온듯한 기분 느껴질 것
클라이브 굿윈 음향감독은 인디 뮤지션이자 사진작가다. 스피커 디자인도 즐기는 그는 물리학, 행성, 자전거타기 등에도 관심을 갖는 등 호기심이 넘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5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원스’의 음향 감독 클라이브 굿윈(53)을 만났다. 영국 출신인 그는 ‘원스’로 2012년 토니상을 받았고, 세계적인 록 밴드 라디오헤드를 비롯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작업했다.
―한국 배우들의 연주 실력을 평가해 달라.
―이 작품의 음향 작업이 매우 까다롭다고 하던데….
“보통 뮤지컬에서 사용하는 음향 효과 채널은 40개를 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원스’는 86개의 채널을 사용한다. 이 가운데 70개는 무선마이크 채널이다. 악기별로 최대한 자연스러운 소리를 끌어낼 수 있는 위치를 찾아 관객 눈에 보이지 않게 무선 마이크를 다는 작업은 복잡했지만 흥미로웠다. 피아노에는 4개의 마이크가 있지만 전혀 안 보인다.”
―배우 마이크는 어떻게 처리했나.
“소리가 잘 담기면서도 보이지 않는 위치에 마이크를 달기 위해 배우 개개인의 특성을 연구했다. 머리숱이 적은 배우는 수염 속에 마이크를 넣었다. 땀을 많이 흘리는 배우는 마이크를 고정시키는 테이프를 더 단단히 붙였다.”
―마이크가 보이지 않는 게 왜 중요한가.
―뮤지컬, 록은 물론이고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작업하고 있다.
“한 사람이 마이크 하나를 두고 강의하든,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든 소리를 증폭시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작업을 즐긴다. 마이크 스피커 콘솔 장비는 장르에 상관없이 거의 똑같다. 그게 붓이자 조각칼이다. 난 음향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음향 감독이 된 계기는….
“15세 때 친구들과 연 디스코 파티에서 음향을 담당하면서 흥미를 갖게 됐다. 부모님이 음향으로는 밥 먹고 살기 어렵다고 해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좋은 소리에 압도되고 빨려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음악을 들으면 연주하는 악기가 무엇 무엇인지 자동으로 분석하게 된다.(웃음)”
윤도현 이창희 전미도 박지연 출연. 2015년 3월 29일까지, 6만∼12만 원,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