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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방적 방공식별구역 선포 1년… 손익은

입력 | 2014-11-24 03:00:00

주변국과 군사-외교 갈등… 日자위권-美개입 빌미 줘




23일로 중국이 동중국해 상공에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ADIZ) 설정을 선포한 지 1년이 됐다. ADIZ 갈등은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가장 강한 권력을 지닌 중국의 최고지도자’(미국 시사주간 타임)로 평가받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이후 중국이 본격적으로 힘을 과시하기 시작하면서 터져 나왔다.

중국의 일방적인 ADIZ 선포는 주변국들과 군사적, 외교적 갈등을 불러왔다. 일본은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재확인하며 집단자위권 각의 의결을 통해 군사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군사력이 약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들은 힘을 합치고 있다. 한국 역시 수중 암초인 이어도가 중국 ADIZ 범위에 들어간 것에 대응해 지난해 12월 8일 이어도를 포함한 새로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아시아 중시 전략’을 펼치는 미국은 중국의 도발을 아시아 개입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주변국의 권리를 무시한 중국의 ADIZ 선포는 때때로 우발적인 충돌 위기를 불러왔다. 5월에는 중국과 일본의 ADIZ가 겹치는 동중국해 상공에서 중국 전투기 2대가 일본 정찰기의 30m 거리까지 근접하는 위협 비행을 해 일본이 발칵 뒤집어졌다.

미국 군용기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8월 중국 수호이(Su)-27 전투기 1대가 동중국해 상공에서 미 해군 소속 대잠초계기에 15m 거리까지 근접 비행했다. 미중 양국은 이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열린 정상회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사전에 통보하는 한편 양국 군대의 공중 및 해상 조우 때 행동수칙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이 ADIZ 선포를 철회하지 않으니 우발적 군사충돌이라도 막자는 것이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는 중국의 ADIZ 선포 1년 즈음인 20일 중국을 향해 ‘비행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ADIZ 선포로 중국은 주변국들로부터 역화(逆火)를 불러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ADIZ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조용히’ 주변 바다의 영유권 공고화 작업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군사전문지 IHS 제인스디펜스위클리는 20일 중국이 남중국해 산호초 지대에 대형 인공섬을 건설하고 있다며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3개월간 준설선을 동원해 길이 약 3000m, 폭 200∼300m의 인공섬을 만든 것이다. 제프리 풀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중국을 향해 “남중국해 난사(南沙) 군도의 산호초인 융수(永暑) 섬에 진행 중인 매립 공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2일 보도했다. 미군 당국자가 중국에 직접적으로 매립 중단을 요구하기는 이례적이다. 하지만 베이징 군사전문가 리제(李杰) 씨는 “중국에만 매립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강조의 속내에는 석유 등 지하자원 개발도 관련돼 있다. 국무원이 최근 공개한 ‘에너지 발전전략 행동계획(2014∼2020년)에 관한 통지’에 따르면 연간 산유량 1000만 t급 대유전 개발 후보지로 꼽은 9개 국내외 지역 중에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도 포함돼 있다. 중국의 이러한 석유·가스 탐사계획은 베트남 필리핀 등 주변국들과의 영유권 갈등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근호에서 중국은 주변국과의 지정학을 고려하지 않고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며 “중국은 남중국해 갈등에서도 외교를 통한 해법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