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승부차기서 서울 꺾고 환호 종료직전 PK전문 전상욱 투입 시도… 볼아웃 안돼 선수 교체 못해 발동동 박준혁, 예상 깨고 눈부신 선방쇼… 전문GK로 바꾼 서울이 되레 눈물
MVP 성남 박준혁
그러나 ‘페널티킥의 사나이’로 불리는 유상훈은 최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반면 박준혁은 신들린 듯한 ‘선방 쇼’를 펼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스타 탄생’의 주인공이 됐다. 박준혁은 승부차기에서 서울의 첫 번째 키커 오스마르의 슛을 막아낸 데 이어 2-1로 앞선 상황에서 서울의 세 번째 키커 몰리나의 슛까지 몸을 날려 주먹으로 쳐내는 선방 쇼를 펼쳤다. 그동안 정선호 등 성남 키커들은 차분히 상대 골네트를 갈랐다.
성남이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FA(축구협회)컵 결승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서울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서울과 연장까지 120분간 0-0으로 비긴 성남은 승부차기에서 4-2 승리를 거뒀다. 일화가 모기업이었던 1999년과 2011년에 이어 FA컵 세 번째 우승이다.
서울은 안양 LG 시절인 1998년 이후 16년 만에 정상에 도전했지만 후반 35분 김진규의 헤딩슛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등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ACL 티켓을 따내지 못한 서울은 FA컵 우승팀에 주어지는 ACL 출전권을 노렸지만 박준혁의 벽에 막혀 고개를 숙였다. 성남은 우승상금 2억 원을, 승부차기의 영웅 박준혁은 최우수선수(MVP) 상금 300만 원을 각각 받았다.
김학범 감독은 “일화 시절인 1999년 FA컵에서 우승한 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K리그를 3연패했다. 시민구단으로 변신해 일군 첫 FA컵 트로피를 발판으로 성남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구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