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뉴질랜드 FTA 타결]농축수산물 시장 일부 열고 전문직 등 인력진출 길 넓혀
대신 뉴질랜드의 워킹홀리데이 및 전문직 비자 쿼터를 늘려 한국인의 해외 진출 수요에 대응했다. 17일 열리는 한-베트남 FTA 협상까지 마무리되면 한국이 추진 중인 양자 간 FTA 협상은 대부분 끝난다.
○ 뉴질랜드, 7년내 전품목 관세 철폐
한국이 수입하는 뉴질랜드산 쇠고기에는 현재 18∼40%의 관세가 부과되지만 15년 뒤에는 관세가 완전히 없어진다. 지난해 말 한국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뉴질랜드산의 점유율은 8.8%로 호주(55.6%), 미국(34.7%)에 이어 세 번째였다. 정부는 쇠고기 수입량이 사전에 합의한 수준을 초과할 경우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했다. 수입 한도는 이번에 공개하지 않았다.
뉴질랜드산 쇠고기는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됐던 2006년에 수입 쇠고기 시장 점유율이 20.9%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고 호주산이 치고 올라오면서 최근에는 점유율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또 뉴질랜드산 키위(관세율 45%)는 FTA 발효 후 6년 뒤에, 치즈는 종류에 따라 7∼15년에 걸쳐 관세가 사라진다. 와인(30%)은 발효 즉시, 버터는 10년 내에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쌀, 꿀, 삼겹살, 사과, 배, 포도 등 199개 품목은 양허대상에서 빠졌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가 등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한미, 한-호주 FTA보다 보호 수준을 높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민단체 등은 이번 협상 타결로 뉴질랜드산 쇠고기나 낙농품 수입이 늘어 축산업계의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한국산 타이어(5∼12.5%), 세탁기(5%)의 관세를 발효 즉시 없앤다. 트럭(0∼5%), 냉장고(5%), 건설중장비(5%) 등의 관세는 3년 내에 사라진다. 산업부 측은 “2005년 뉴질랜드와 태국이 FTA를 맺은 뒤로 태국에서 생산된 일본 버스, 트럭의 뉴질랜드 수출이 늘어났다”며 “한국산 상용차의 수출 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뉴질랜드 FTA의 특징 중 하나는 한국 인력의 뉴질랜드 진출 기회를 늘렸다는 점이다. 어학연수, 이민 대상지로 뉴질랜드를 선호하는 한국인이 많은 점을 감안한 조치다.
뉴질랜드는 FTA 발효 후 한국인에 대한 워킹홀리데이 허용 인력을 연간 1800명에서 3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워킹홀리데이는 18∼30세 청년이 현지에서 일과 학업, 관광을 병행하며 현지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제도다. 1년짜리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머무는 중 어학연수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은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했다. 같은 고용주 밑에서 3개월 이상 일하지 못하도록 했던 규정은 없어진다.
또 한의사, 태권도 사범, 한국어 강사, 한국인 가이드 등 네 가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수의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멀티미디어 디자이너, 생명공학자, 산림과학자, 식품과학자 등 여섯 가지 전문직 종사자에 대해 한국인 200명분의 비자 쿼터를 확보했다. 또 뉴질랜드는 연간 50명씩 한국의 농축수산업 종사자에게 교육 및 연수 비자를, 매년 150명의 한국 농어촌 자녀에게 8주간 뉴질랜드 어학연수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한편 산업부는 한-베트남 FTA 8차 협상을 17∼21일 베트남 다낭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9월에 높은 수준의 FTA를 연내에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 속도를 높이는 데 합의한 바 있다. 한-베트남 FTA까지 타결되면 현재 협상 중인 양자 간 FTA 협상은 한-인도네시아 FTA만 남는다.
이상훈 january@donga.com·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