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헌재 결정의 판단 기준은 평등 선거 원칙에 입각한 ‘표의 등가성’이다. 국회의원 지역구선거에서 모든 유권자의 1표는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의 선거구 간 인구편차의 허용 기준은 1995년 4 대 1, 2001년 3 대 1 이후 이번에는 2 대 1이 되었다. 인구 대표성을 중요시하는 외국의 입법 추세를 반영했다는 논지이다. 헌재 결정 이후 논란이 되는 핵심 쟁점들은 정치적 계산을 배제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몇 가지를 진단해 보자. 첫째, 선거구획정위원회 활동 기간에 대한 논란이다. 공직선거법 제24조 7항은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는 선거일 전 6개월까지 국회의장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즉, 다음 선거가 2016년 4월 13일이기에 2015년 10월 12일까지 활동을 종료해야 한다. 11개월 남았다. 엄청난 분량의 업무가 예상되고 만일 별도의 독립적인 기구를 만든다면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기에 시간이 촉박하다. 지난 19대 총선 때는 2011년 9월 6일에 구성되어 법정시한을 넘긴 11월 25일에야 보고서를 제출했다. 당시 80여 일이라는 짧은 기간으로 충분한 검토가 어려웠다. 하루빨리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획정위원회를 구성해야 정밀한 현장 실사 작업을 위한 시간 확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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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선거구 획정 논의 과정에서 국회의원 수의 증원은 절대 불가능하다. 일부 의원의 주장처럼 선진 의회정치 국가들에 비해 국회의원의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높은 특권과 낮은 입법생산성을 고려할 때 의원 수의 증가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여론이다.
넷째, 지역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해 인구 상·하한선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2011년 선거구 획정을 위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더욱 비판받았던 이유는 명확한 기준 없이 선거구 경계를 조정해 분구 여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현역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적극 반영된 것이다. 인구 상·하한선에 근접한 지역구의 경우 인구수의 기계적인 적용이 아닌 행정구역, 지리적 인접성, 면적 등을 탄력적으로 고려해야만 지역대표성이 다소 보완될 수 있다. 이제라도 공직선거법 규정에 이러한 기준들을 적용하기 위한 우선순위를 정해 두어야 한다.
다섯째,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도 개혁을 함께 논의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개별 국회의원의 생존이 선거구 획정에 달려 있고 이는 의원 정수와도 연계되기에 선거제도 개혁까지 동시에 논의된다면 굉장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실현 가능성도 매우 낮다. 다만 중대선거구제가 아닌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는 것이 지역대표성을 보완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헌재의 긍정적인 평가와 달리 우리의 지방자치는 아직도 지역 대표성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회가 유급제로 전환되었지만 자치단체의 방만한 경영과 비리를 방치하고 있다. 차제에 지방의회 무용론에 대한 심각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방의원의 수는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에 좌우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획정위원회의 완전한 독립성의 보장이 어렵다는 데 있다. 정치권의 영향력을 차단한다면 선거구 획정은 그다지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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