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어제 국회의원 선거구 간의 인구 차이를 최대 3배까지 허용한 공직선거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현행 선거구 획정은 평등선거 원칙에 위배된다. 투표가치의 평등은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보다 우선해야 한다”며 “현재 시점에서 헌법이 허용하는 선거구별 인구편차가 2 대 1을 넘지 않게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최소 선거구의 인구가 10만 명이라면 최대 선거구의 인구는 20만 명을 넘어서면 안 된다는 취지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는 국민의 의사가 얼마나 정확히 정치 의사결정에 반영되는지가 중요하다. 작년 5월 충청지역 인구가 건국 이후 처음으로 호남지역 인구를 추월하면서 20대 총선을 치르는 2016년엔 충청 인구가 호남 인구보다 30만 명가량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런데도 현재 충청지역의 국회의원 수가 25석으로 호남의 30석보다 5석 적은 것은 문제가 있다.
헌재가 정한 법 개정 시한은 2015년 12월 31일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 결과 하한 인구수를 약 13만9000명으로 잡고 선거구 인구편차 2 대 1을 적용할 때 인구상한 초과 선거구는 37개, 인구하한 미달 선거구는 25개로 나타났다. 선거구 조정 과정에서 영향을 받게 될 인접 선거구까지 246개 지역구의 절반 이상이 조정 대상이 되는 정치 지형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에는 단순한 선거구 조정을 넘어 선거구제 개편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거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심지어 헌법 개정이 필요한 양원(兩院)제 도입 같은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벌써부터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5년 대통령 단임제의 변경과 관련된 개헌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헌재 결정이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로 변질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의석수를 동결할 경우 의원들이 자기 선거구를 잃을까 봐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지역구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결정하면 국회가 수정을 못하도록 하거나 아예 제3의 독립기구에 맡겨 의원들이 관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선거구를 왜곡시키는 게리맨더링을 차단해야 한다.
내년 말까지 완료돼야 하는 이번 선거구 개편에서는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민대표성과 지역대표성이라는 선거구제의 목적에 맞는 미래지향적 선거구 개혁을 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당리당략과 꼼수가 선거 민의를 교란시키지 못하도록 투명한 논의를 거쳐 선거구의 틀을 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