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작가 프로필 사진의 세계 표지얼굴에 민감한 국내 독자 고려… 출판사들 사진 선정에 한껏 공들여 “작품을 읽기 위해 들어가는 문”… 대충 찍던 과거와 달리 ‘작품’ 진화
일본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의 최신작 ‘등 뒤의 기억’에 실린 프로필 사진(왼쪽 사진)과 최근의 모습. 작가의 얼굴은 14년째 출판사에서 쓰고 있는 프로필 사진 속 모습과 달라졌지만 작품은 변함없이 한국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소담출판사 제공·동아일보DB
소담출판사는 에쿠니 책을 처음 출간한 2000년 이후 ‘그때 그 사진’을 거의 바꾸지 않고 있다. 소담출판사는 딱 한 번 2011년 푸드 에세이 ‘부드러운 양상추’를 출간하며 책 성격을 고려해 젊은 모습의 다른 사진으로 바꿨지만 독자들이 “낯설다”며 반기지 않았다.
소담출판사 곽지희 편집자는 “에쿠니의 프로필 사진에 매력을 느낀 독자들이 워낙 많아 사진을 교체하지 않고 있다”며 “작가가 사진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 출판사는 저자의 프로필 사진을 잘 쓰지 않는다.
프로필 사진은 작가보다는 출판사가 더 공을 들인다. 출판계에 따르면 문인들은 쑥스러워서, 글로만 말하고 싶어서 등의 이유로 프로필 사진을 찍는 데 소극적이다. 하지만 마음산책 출판사는 최근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신작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출간하며 지금껏 한 번도 프로필 사진을 게재하지 않은 저자를 설득해 사진을 실었다.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는 “독자들은 책을 통해 저자와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프로필 사진을 보면 소통이 더 잘된다”며 “헤밍웨이 하면 두꺼운 스웨터, 하루키 하면 후드티를 떠올리듯 프로필 사진은 작가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은행나무 출판사 백다흠 편집자가 촬영한 소설가 김훈 씨(위)와 시인 이성복 씨의 프로필 사진. 그는 “오래 고민하거나 계산하지 않고 빨리 찍었다. 찰나의 순간에 작가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백다흠 씨 제공
백 편집자는 작가들과 함께 산책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배경이 괜찮은 곳에 서게 한 다음 꾸밈없는 모습을 찍는다. 그렇다면 좋은 프로필 사진은 무엇일까.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