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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는게 값… 온라인 암표, 단속은 무풍

입력 | 2014-10-23 03:00:00

프로야구 콘서트 고궁야간표까지… 정가보다 최대 10배 가격에 거래
단속법안 국회서 1년 넘게 낮잠… 오프라인과 달리 처벌 못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궁궐 야간 개장, 연말 대형 콘서트 예매가 잦은 요즘 인터넷 암표상들이 극성이다. ‘창경궁 야간개장 티켓’ 암표 직거래 문자메시지 화면. 독자 제공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20년 팬인 직장인 이모 씨(28)는 18일 시작된 NC 다이노스-LG 트윈스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경기 티켓 예매에서 쓴잔을 들이켰다.

포스트시즌은 상위 4개팀만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무대인 만큼 예매 오픈 1시간 전부터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접속 인원이 몰리면서 결국 구매에 실패한 것이다. 그래도 경기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이 씨는 온라인 중고품 거래 커뮤니티에 들어갔다가 더 속이 상했다. 이 씨는 “정가 3만 원인 잠실구장 네이비석 티켓이 5만 원도 넘는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며 “순수한 팬심을 악용해 돈을 벌려는 이들이 괘씸해 결국 경기장 관람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이 19일 막을 올리면서 인터넷상에서 ‘온라인 암표’ 거래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문제는 단속이 점차 강화되는 오프라인 암표와 달리 온라인 거래는 현재 아무런 단속 기준이 없어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본보 취재팀이 티켓 예매가 시작된 18일부터 각종 중고품 거래, 야구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온라인 티켓 거래는 이미 파는 쪽이나 사는 쪽 모두에게 일상화돼 있었다.

문제는 티켓의 거래 가격. 실제로 정가 2만5000원인 준플레이오프 3차전 외야석 티켓은 3만5000∼4만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티켓 가격에 ‘홈팀 프리미엄’이 붙는 경우도 있었다. 잠실경기 원정팀(NC 다이노스) 좌석이 4장에 25만 원대에 거래되는 것에 비해 홈팀 좌석(LG 트윈스) 4장은 35만 원대로 가격이 높았다.

암표 거래가 활성화된 것은 비단 프로야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11월 20일 열리는 가수 신화의 멤버 김동완의 미니콘서트는 정가 6만6000원의 3배가 넘는 23만 원대로 암표 가격이 치솟았다. 연말에 열리는 가수 박효신의 콘서트 VVIP석(14만3000원)은 100만 원대에 거래된다는 게시물도 보였다.

국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고궁 야간 개방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었다. 1인당 1000원짜리 창경궁 야간 개방 관람권 티켓은 현재 10배가 넘는 가격(2장에 2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작 온라인 암표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은 인터넷 판매도 암표 매매 단속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범죄처벌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여전히 이 법은 국회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경범죄처벌법에 의해 20만 원 이하 벌금 등의 처벌을 하는 오프라인 암표 단속과는 대조를 이룬다.

정 의원은 “암표상에 당하는 억울한 소비자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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