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0주년 기념시집 낸 노동자 시인동인 ‘일과시’
2003년 7집 ‘아직은 저항의 나이’ 출간을 기념해 한자리에 모인 동인 ‘일과시’ 시인들. 일과시 제공
‘일과시’는 1993년 첫 시집 ‘햇살은 누구에게나 따스히 내리지 않았다’를 시작으로 2005년까지 8권의 시집을 냈다. 지난해 20주년 기념 시집을 내기로 했다가 준비가 늦어져 올해 발간했다. 여기엔 10명이 각 10편씩 모두 100편의 시를 실었다.
김해화 시인은 전국을 다니며 공사판 철근장이로 일한다. 그는 밀린 임금을 요구하다가 현장소장이 휘두른 물건에 맞아 숨진 동료를 추모하는 시를 썼다. ‘밤낮없이/너는 죽어버려서 떠날 수 없고/나는 살아 있어서 떠날 수 없는 공사장/누운 채 비에 젖는다//죽은 너는 좀 짧고/살아 있는 나는 좀 길다/같이 녹슨다’(‘산 철근이 죽은 철근에게’ 중)
간판장이로 일하는 김용만 시인은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의 동생이다. 그는 전국으로 흩어진 여섯 남매 이야기를 시로 풀었다. ‘우리 여섯 남매/전국적으로 흩어져/보고 싶어도 살기 위해/그야말로 전국적으로 산다//(중략) 우리는 가난 때문에/뿔뿔이 흩어져/그야말로 전국을 점령했다’(‘전국적으로’ 중)
노동의 최전선에서 일궈낸 그들의 노동시는 어떤 의미일까. “일하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느낀 기쁨과 슬픔, 보람, 아픔을 시로 쓰고 노래하며 세상 사람들과 소통할 때 세상도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알 겁니다.”(서정홍)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