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초상화/유지연 글·그림/32쪽·1만2000원·이야기꽃
이야기꽃 제공
여기 두 개의 초상화가 있습니다. 하나는 딸이 그린 엄마 얼굴, 다른 것은 어느 길거리 화가가 그린 것입니다. 딸에게 익숙한 엄마 얼굴과 처음 본 화가 눈에 든 엄마 얼굴은 많이 다릅니다. 대학 시절 과제로 작가 유지연은 ‘있는 그대로’의 엄마 얼굴을 그린 모양입니다.
엄마는 딸이 그린 초상화를 구석에 내버려둡니다. 자기가 그린 초상화를 맘에 들어 하지 않는 엄마에게 섭섭한 건 당연했겠지요. 딸은 그런 엄마를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또 누군가의 며느리가 아닌 한 사람의 여자, 미영 씨의 참모습을 딸도 알아봅니다. 두려움을 모르는 탐험가라도 좋고, 농염한 립스틱에 화사한 흰 모자를 쓰고 꽃을 찾아 떠날 만큼 열정적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미영 씨는 집으로 돌아와 다시 엄마가 되었지만 가슴속 열정은 방 한편에 남겨두었습니다. 다 큰 딸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오래도록 잊었던 우리 엄마의 진짜 얼굴, 엄마로 살다 지친 자신의 얼굴을 찾길 바랍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