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만난 자유, 셰익스피어/로라 베이츠 지음·박진재 옮김/416쪽·1만6000원·덴스토리 영문학자의 ‘교도소 강의’ 감동 실화
로라 베이츠 인디애나주립대 영문학 교수가 미국 인디애나 슈퍼맥스 교도소 독방 복도에서 독방에 갇힌 죄수와 함께 셰익스피어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미국 현지 언론이 취재하고 있다. 셰익스피어 프로그램의 성과는 지역 신문 1면에 대서특필됐고 미국 전역에 알려지면서 미국 전역에 비슷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생겨나는 계기가 됐다. 사진 출처 인디애나주립대 홈페이지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영문학 교수인 저자는 2003년 죄수들에게 이런 문제를 냈다. 죄수 대부분은 짧게 휘갈긴 답을 제출했다. 그런데 살인죄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독방에 갇힌 래리 뉴턴은 달랐다. 종이 앞뒤로 꽉꽉 자신의 생각을 채웠다.
“무(無)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거나 만족할 때까지… 사람들은 그 어떤 것으로도 기뻐할 수 없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는 것 같습니다. 즉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까지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 같기도 합니다.”
교도소에서 셰익스피어와 죄수가 만나는 풍경은 독특했다. 저자는 복도 가운데 의자에 앉고, 죄수들은 복도 양옆으로 나란히 붙은 독방 안에서 갇힌 상태로 토론했다. 셰익스피어를 읽고 얘기를 나눴을 뿐인데 죄수들은 조금씩 바뀌어 갔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일단 복수부터 생각했던 죄수들이 왜 자신이 복수하고 싶은지 스스로 묻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죄수 20명은 그동안 교도소 내에서 600건의 범죄를 추가로 저질렀으나 참가 이후 2건으로 줄었다. 일부는 몇 년간 단 한 건의 폭력도 행사하지 않았다.
뉴턴은 독방에 갇혀 매일 자살 충동에 시달리던 죄수였다. 뉴턴의 삶은 불우했다. 부모의 보살핌, 학교 교육도 받지 못한 채 10세 때 절도죄로 소년원 생활을 시작했고, 17세 때 친구들과 총기로 대학생을 살해했다. 그는 ‘킬러 도그(살인견)’라 불리며 독방에서 매일 자살하거나 극악한 추가 범죄를 저질러 사형당할 생각에 몰두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를 만난 뒤 점차 바뀌었다. 문학박사의 꿈을 키우고 “다시는 살인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 저자와 함께 ‘죄수들을 위한 셰익스피어 전집 안내서’를 완성한다.
이 같은 셰익스피어 프로그램은 2003년부터 10년간 1000여 시간, 500여 회에 걸쳐 진행됐다.
범죄자만의 독특한 셰익스피어 해석은 재미를 준다. 맥베스가 덩컨 왕을 살해하는 장면을 읽고선 뉴턴은 이렇게 해석했다. “이 공포와 혼란과 불안이라니! 작가(셰익스피어)가 실제로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그럴 가능성이 있었던 게 틀림없어요. 마치 사람을 죽이려는 시도를 해봤거나, 살인하려는 순간에 그 공포와 극심한 불안을 극복할 수 없었던 것처럼요!”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