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고객 모시기’ 경쟁 치열 개별 관광객이 절반… 씀씀이 커져, 롯데百 年1000만원 소비 2000명 별도 조직 만들고 전용 휴게실 배치… 해외 호텔과 손잡고 멤버십 혜택도
연간 1000만 원 이상 쓰는 세련된 취향의 중국인 관광객 ‘서상커’를 잡기 위해 유통업체들이 중국인 대상 우수고객(VIP)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이곳은 연간 1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주는 중국인 고객들을 위해 롯데백화점이 올 8월 문을 연 공간이다. 관광객 진화(金花) 씨(28)는 “한국을 자주 찾는 편인데 쇼핑하다가 조용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방한 중국인 5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주요 백화점들이 중국인 우량고객인 ‘서상커(奢尙客)’에 주목하고 있다. 서상커는 럭셔리 스타일이란 뜻의 ‘서상(奢尙)’에 관광객을 의미하는 ‘커(客)’을 붙인 신조어로 구매력이 높고 세련된 중국인 소비계층을 말한다.
○ 중국인 VIP 서비스의 진화
개별 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서상커의 수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1000만 원 이상을 쓴 중국인은 2000여 명이었다. 올해 8월 한 달 동안에만 1000만 원 이상을 쓴 서상커는 15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명)의 7.5배이다.
롯데백화점의 문정식 중국인마케팅 담당은 “한번에 25억 원을 쓰는 고객이 있을 정도로 서상커들의 씀씀이는 큰 편”이라며 “주로 수입 시계와 주얼리를 선호하며 한국 의류매장에서 한번에 수천만 원어치를 사기도 한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다음 달 1일 서상커 관리를 위한 글로벌마케팅 조직을 신설한다. 또 연말까지 서상커를 위한 VIP 멤버십 서비스인 ‘MVG(Most Valuable Guest)’ 제도를 선보이고, VIP 전용 잡지인 ‘에비뉴엘’의 중문판을 만들어 중국으로 배송할 예정이다. 최우수고객(VVIP)에게는 비행기표와 호텔 숙박권을 보내 백화점으로 ‘모셔온다’는 계획도 세웠다.
개별 관광객이 많은 강남권 백화점들도 중국인 VIP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점의 중국인 1인당 1회 쇼핑 비용은 126만 원으로 2위 러시아(35만 원), 3위 일본(20만 원)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 백화점 한국인 1인당 쇼핑비용은 34만 원 수준이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당일 500만 원어치 이상을 구매한 중국인 관광객을 VIP로 분류해 ‘K카드’ 회원으로 관리하고 있다.
○ 국내외 백화점 ‘얼라이언스’ 시대
중국인 관광객을 잡으려는 유통업계의 몸부림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약 1억 명의 중국인이 해외여행을 즐기고 10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영국의 대표 백화점 해러즈는 중국 패션 블로거나 연예인을 초청해 이들이 런던에서 쇼핑하는 모습을 중국 블로그에 올리는 등 열을 내고 있다.
:: 서상커(奢尙客) ::
고급스럽고 세련된 취향을 가진 중국인 관광객을 일컫는 신조어. 이들은 한국을 자주 방문해 쇼핑하는 우수고객(VIP)이며, 한 백화점에서 연간 1000만 원 이상씩을 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