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신화기행/공원국 지음/458쪽·1만8000원·민음사
저자 공원국 씨가 조지아 캅카스 산맥의 게르게티 산에 앉아 잠시 쉬고 있다. 공 씨는 2012년 유라시아 대륙을 6개월간 돌아다니며 각국의 신화를 연구했다. 공원국 씨 제공
저자는 몽골 초원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히말라야를 넘는 장장 2만5000km의 여행을 마치고 이 책을 썼다. 시베리아 벌판을 자전거로 달리다 교통사고를 겪고,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선 현지 불량배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숱한 생고생의 목적은 단 하나. 내년부터 향후 10년에 걸쳐 유라시아 신화를 엮은 전집을 내기 위한 체험답사다. 제대로 된 인문학은 현장에서 나온다는 신념으로 장장 6개월간 유라시아 대륙을 누볐다.
현지인과 금방 친해질 수 있는 비결을 묻자 “같이 술을 먹으면 된다”는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술을 마시려고 평소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그는 “해외 답사여행을 떠날 때 일주일에 한 번은 일부러 등산코스를 집어넣어 체력을 관리한다”고 했다.
광고 로드중
“역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의도적으로 왜곡되기 쉽다. 신화는 황당무계한 판타지일 수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에 진실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신화는 기본적으로 ‘이야기’다. 사람 간의 관계는 이야기가 가장 기본이다.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이야기를 쭉 듣고 나면 이해할 수 있는 게 사람 아닌가. 세계 문화도 마찬가지다. 각국의 신화집을 한 번 보면 그곳이 어떤 땅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왜 하필 유라시아 지역인가.
“우리나라가 분단국가이다 보니 문화적 상상력이 제한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외국 제도나 문화를 가져와도 주체적으로 소화를 못 시키는 현상이 반복된다. 이런 관점에서 유라시아에 연결된 우리 문화의 뿌리를 알아야 한다고 봤다. 그런데 유라시아 신화에 대한 국내 학술연구가 미진하더라. 예컨대 페르시아 신화에 대한 한글 번역본이 아직 하나도 없다. 대학 등 제도권에 매여 있지 않는 인문학 연구자로서 유라시아 신화에만 집중해 보고 싶었다.”
―곰을 보려고 시베리아 대륙을 자전거로 달린 얘기가 책에 나오던데….
광고 로드중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