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차이나 블랙홀']<下>주요 제작사들 중국행 러시… 약인가 독인가 中방송시장 두자릿수 성장세 전망“… 새 길 개척하고 선점해야” 낙관론 제작시스템 차이… 저작권도 가져가, “호랑이 새끼 키우는 격” 비관론
《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중국에서 더 큰 기회와 가능성을 찾고 싶은 거예요.”(중국에 진출하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장태유 PD)
“중국은 호락호락한 시장이 아닙니다. 외국인이 메이저로 커가는 것을 용인하지 않아요. 자칫하면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어요.”(국내 방송사 콘텐츠수출 관계자)
한국 방송 인력의 중국 진출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중국의 방송 시장 규모가 워낙 큰 데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의 예측 가능성은 낮아 기회가 큰 만큼 위험도도 높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방송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6조∼7조 원)보다 3배가량 규모가 크다. 시장분석업체인 PwC가 실제로 집계한 규모도 20조 원대이며 두 기관 모두 앞으로 5년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
국내 제작자들에게 중국의 ‘큰손’들은 반가운 존재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중국이 제시하는 연출료와 작가료가 국내보다 2∼3배 이상 높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예능 제작사 대표는 “국내 예능 프로의 회당 제작비는 7000만∼1억 원이지만 중국은 7억∼8억 원이라 규모가 다르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MBC ‘나는 가수다’ 포맷을 수출한 후 중국 후난TV에서 자문 PD로 참여했던 김영희 PD는 “시장을 한국만으로 한정해서는 늘어나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힘들다”고 했다. 유건식 KBS 드라마국 팀장도 “중국 시장 진출은 막을 수 없는 대세다. 시장이 열렸는데 새로 길을 개척하고 선점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본 작업 단계부터 존재하는 정부 검열을 비롯해 두 나라 간의 제작 시스템 차이에서 불거지는 문제는 적지 않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했다가 중간에 계약이 무산돼 돌아온 제작사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중국과의 합작이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국내 인력이 제작에 참여했거나 공동 제작한 드라마나 프로그램 중 상당수는 중국 측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 한 방송사의 포맷수출 담당자는 “선진국들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핵심 역량을 공유해야 하는 공동제작 방식은 피한다. 국내 인력이 중국에 기술이나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건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