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추석 연휴 때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경북 청도 할머니 6명에게 100만∼5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돌렸다. 봉투 겉면에는 ‘청도경찰서장 이현희’라고 적었고 총금액은 1600만 원이었다. 이 서장이 주민 위로금 명목으로 한전 대구경북건설지사장에게 돈을 요구해 본인 이름으로 돈봉투를 돌렸다고 한다. 경찰서장이 한전에 돈을 요구한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거니와 본인 명의로 할머니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발상에 기가 찬다. 언제부터 경찰의 직무 범위에 돈 전달이 들어 있었나.
한전은 청도군 삼평1리 송전탑 23호기 기초 공사만 한 상태에서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2년 가까이 공사를 중단했다. 올 7월 21일 새벽에야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친 공사 저지용 망루를 기습적으로 철거하고 공사를 재개했다. 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와 주민 20∼50여 명이 7월부터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노숙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이런 돈봉투 사건이 터졌다.
공사 방해 행위가 발생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공권력을 집행하는 것이 경찰의 할 일이다. 보상을 하더라도 원칙과 법 테두리 내에서 해야 하고, 보상 문제에 경찰이 나설 일이 아니다. 엄정하고 단호하게 공권력을 집행해야 할 경찰이 돈봉투를 돌렸으니 대형 국책사업을 할 때마다 뒷돈을 내놓으라고 떼쓰는 주민이 더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