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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50일 공습에도… “가자전쟁 승자는 하마스”

입력 | 2014-08-28 03:00:00

양측 무기한 휴전 합의… 이, 하마스 협상대상 인정 패착
관광-소비 위축 등 경제도 타격… “협상중재한 이집트 최대 수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6일 ‘무기한 휴전’에 합의하면서 지난달 7일 시작된 ‘가자전쟁’이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7주 이상 하마스를 거의 일방적으로 공격하며 큰 타격을 가했다. 그러나 주요 외신들은 오히려 “가자전쟁의 승리자는 하마스”라는 결론을 내 놓고 있다.

이스라엘이 사실상 패했다는 분석은 현지 언론이 집중 제기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27일 “이집트가 중재한 휴전협상 과정에서 하마스를 협상 대상으로 인정한 자체가 최대 실패”라며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이고 발언권을 가지려 했던 하마스의 최대 숙원을 이스라엘이 풀어준 격”이라고 지적했다. 가자전쟁 이전까지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척결 대상으로 여겼다.

이번 전쟁으로 이스라엘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은 점도 패배라고 보는 주요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가자전쟁으로 이스라엘 경제에서 7% 정도를 차지하는 관광업의 손실은 최소 5억6600만 달러(약 573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스라엘에서는 “이번 전쟁에서 유일하게 얻은 성과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용 땅굴을 모두 파괴했다는 것뿐”이라는 자조 섞인 위안도 나오고 있다.

휴전 합의 이후 이스라엘은 차분한 가운데 비판적 분위기가 큰 반면 하마스는 축제 분위기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축포를 쏘며 환호했다. 하마스는 26일 이번 휴전을 ‘저항의 승리’로 규정했다. 허핑턴포스트는 27일 “양측의 득실을 비교해 보면 하마스가 가까스로 1 대 0으로 승리했다”고 평했다.

휴전 합의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조치가 완화되고 해상에서 조업 구역도 확대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승리 분위기에 힘을 보탰다. 특히 하마스가 더이상 테러단체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한 일원으로 대접받게 됐다는 점은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협상 타결의 최대 수혜자는 이집트라는 분석도 나왔다.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사실상 쿠데타로 집권한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번 협상 중재로 국제사회로부터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면서 일약 국제사회 주요 인사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하마스의 무장해제 등 평화 정착을 위한 조치가 부족해 이번 휴전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우려도 있다. 큰 틀에서는 합의를 이뤘지만 세부사항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특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비무장화를,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억류한 포로 석방을 요구하면서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