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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재우고 테레비]막장 드라마에도 ‘품격’은 있다

입력 | 2014-08-28 03:00:00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주인공 장보리(오연서·오른쪽)와 딸 장비단(김지영). MBC 제공


막장 드라마계에는 ‘3대 거장’이라고 불리는 분들이 있다. 임성한 문영남 그리고 김순옥 작가다. 임 작가와 문 작가가 각각 ‘오로라 공주’(2013년)와 ‘왕가네 식구들’(2013∼2014년)을 내놓으며 최근까지 건재함을 과시했다면 셋 중 막내급인 김 작가는 한동안 부진했다. 2008년 ‘아내의 유혹’으로 막장 신드롬을 일으켰지만 이후 내놓은 ‘웃어요, 엄마’(2010∼2011년)와 ‘다섯 손가락’(2012년)은 흥행에 실패했다. 그랬던 김 작가가 최근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장보리)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장보리’는 오랜 가뭄에 시달리던 MBC 드라마계엔 단비 같은 존재다. 오후 8시대 주말극 경쟁에서 MBC는 늘 KBS2에 밀려 왔다. 요 근래 이 시간대 드라마가 KBS2를 누른 건 지난해 MBC ‘금 나와라 뚝딱’이 최고 시청률을 찍었던 후반부와 KBS2의 ‘왕가네 식구들’이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초반부가 겹치는 1주 정도다. 평균 시청률이 KBS2 드라마를 앞선 것은 MBC에서도 “데이터를 찾기 어려운” 수준으로 오래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장보리의 성과는 놀랍다. 전체 시청률 1위인 이 드라마는 이달 17일 ‘마의 30%대’ 시청률을 돌파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총 50부작 중 40회가 방송됐던 24일에는 31.8%로 시청률 기록을 또 갈아 치웠다(참고로 40회의 부제는 ‘좋아! 그럼 같이 죽어!’).

매력은 뭘까. 막장이라고 욕하긴 쉽지만 무리한 상황 설정에 자극적 장면을 많이 넣는다고 무조건 높은 시청률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출생의 비밀을 주된 소재로 삼은 장보리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와 ‘발암유발’ 악역(여기서는 이유리가 연기하는 연민정) 같은 막장으로서의 요건은 골고루 갖추고 있지만 풍부한 에피소드와 군더더기 없는 전개로 평범한 막장극들과 선을 긋는다. 지난주에는 보리(오연서)의 수양딸 비단(김지영)이 엄마의 결혼에 짐이 되지 않고자 가출을 감행하지만 단 1회 만에 재회했다. 다른 드라마였다면 3, 4회 끌고 갔을 에피소드들도 이 드라마에서는 1, 2회 만에 처리된다.

여주인공의 달달한 로맨스를 비롯해 웃음거리가 많은 것도 막장계에서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복 명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며느리들의 경합도 볼거리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이 드라마가 ‘막장이냐 아니냐’를 두고 토론하는 누리꾼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장보리의 팬들은 이 드라마를 ‘고품격 막장’ ‘로코 막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막장도 부단히 노력하고 발전해야 인기를 얻는다. 막장에도 ‘격’은 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